[김상훈 변호사의 바른 상속 재테크] (18) 상속재산에 담보권을 취득한 고유채권자와 상속채권자 중에 누가 상속재산에 대한 우선권을 가질까?
<대법원 2010. 3.18. 선고 2007다77781 전원합의체 판결 : 배당이의>

Ⅰ. 사실관계

망 A(이하 ‘망인’이라 한다)가 2002. 11. 7. 사망하자 망인의 법정상속인들 중 자녀들은 상속을 포기하고 처인 B가 서울가정법원에 한정승인신고를 하여 위 법원이 2003. 4. 30. 이를 수리하였다. 그 후 B는 2003. 5. 29. 상속재산인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상속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2003. 7. 28. 피고에게 채권최고액 1천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었다.

한편 망인에게 금원을 대여하였던 원고는 망인의 사망에 따라 B를 상대로 대여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2004. 4. 27. ‘B는 원고에게 5억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망인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의 한도 내에서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받고, 위 판결의 가집행선고에 기하여 그 판결금 중 2억 원을 청구채권으로 하여 2004. 9. 16. 이 사건 각 부동산 등에 관하여 강제경매신청을 하였다.

강제경매절차를 진행한 경매법원은 2006. 5. 3. 배당기일에서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자인 피고가 상속채권자인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우선변제권을 주장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여, 실제 배당할 금액 중 위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에 해당하는 1천만 원을 피고에게 먼저 배당하고, 나머지 금원은 원고를 포함한 일반채권자들에게 배당하도록 결정하였다. 그러자 원고는 이 사건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

Ⅱ. 판결요지

법원이 한정승인신고를 수리하게 되면 피상속인의 채무에 대한 상속인의 책임은 상속재산으로 한정되고, 그 결과 상속채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속인의 고유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없다. 그런데 민법은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이하 ‘한정승인자’라 한다)에 관하여 그가 상속재산을 은닉하거나 부정소비한 경우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제1026조 제3호) 외에는 상속재산의 처분행위 자체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정승인으로 발생하는 위와 같은 책임제한 효과로 인하여 한정승인자의 상속재산 처분행위가 당연히 제한된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민법은 한정승인자가 상속재산으로 상속채권자 등에게 변제하는 절차는 규정하고 있으나(제1032조 이하), 한정승인만으로 상속채권자에게 상속재산에 관하여 한정승인자로부터 물권을 취득한 제3자에 대하여 우선적 지위를 부여하는 규정은 두고 있지 않으며, 민법 제1045조 이하의 재산분리 제도와 달리 한정승인이 이루어진 상속재산임을 등기하여 제3자에 대항할 수 있게 하는 규정도 마련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한정승인자로부터 상속재산에 관하여 저당권 등의 담보권을 취득한 사람과 상속채권자 사이의 우열관계는 민법상의 일반원칙에 따라야 하고, 상속채권자가 한정승인의 사유만으로 우선적 지위를 주장할 수는 없다. 따라서 상속채권자인 원고는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한정승인자인 B로부터 근저당권을 취득한 피고에 대하여 우선적 지위를 주장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Ⅲ. 해설

1. 한정승인자의 고유채권자와 상속채권자 간의 우열

한정승인자의 고유채권자가 상속재산에 관하여 저당권 등 담보권을 취득하지 못한 일반채권자인 경우에는 상속재산에 대해 상속채권자가 우선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처럼 한정승인자의 고유채권자가 저당권 등 담보권을 취득한 경우에도 상속재산에 대해서는 상속채권자가 언제나 우선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한정승인자로부터 상속재산에 관하여 저당권 등의 담보권을 취득한 사람과 상속채권자 사이의 우열관계는 민법상의 일반원칙에 따라야 하고, 상속채권자가 한정승인의 사유만으로 우선적 지위를 주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한정승인자가 그 저당권 등의 피담보채무를 상속개시 전부터 부담하고 있었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2. 반대의견의 논거

이러한 대법원의 다수의견에 대해서는 대법관 3인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반대의견에 따르면, 한정승인자의 상속재산은 상속채권자의 채권에 대한 책임재산으로서 상속채권자에게 우선적으로 변제되고 그 채권이 청산되어야 하고, 그 반대해석상 한정승인자의 고유채권자는 상속채권자에 우선하여 상속재산을 그 채권에 대한 책임재산으로 삼아 이에 대하여 강제집행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형평에 맞으며, 한정승인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이, 상속채권자가 한정승인자의 고유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할 수 없는 것에 대응하여 한정승인자의 고유채권자는 상속채권자에 우선하여 상속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상속채권자는 상속재산에 대하여 우선적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상속채권자의 희생 아래 한정승인자로부터 상속재산에 관한 담보물권 등을 취득한 고유채권자를 일방적으로 보호하려는 것이어서, 상속의 한정승인 제도를 형해화시키고 제도적 존재 의미를 훼손하므로 수긍하기 어렵다고 한다.

3. 반대의견의 문제점

① 민법이 반대의견과 같이 상속재산과 한정승인자의 고유재산을 완전히 분리하고 상속채권자에게 상속재산에 관하여 우선적 권리를 부여하려고 하였다면, 그에 관한 직접적인 명문의 규정을 두든가, 아니면 적어도 한정승인자의 처분행위를 제한하는 규정이나 상속채권자에게 그러한 처분행위의 효력을 부인하는 법적 수단(파산절차에서의 부인권이나 별제권 등) 등을 마련하였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취지의 규정이 민법에 존재하지 않으며, 민법은 단지 한정승인자에 대하여 그의 부당한 재산 감소 행위에 따른 단순승인 간주의 불이익(제1026조 제3호)을 부여하거나 부당한 변제 절차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제1038조)을 인정하는 정도에서 상속채권자의 보호를 도모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우리 민법상의 한정승인 제도가 상속채권자의 보호보다는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채무를 무한정 상속하여 파탄에 빠지는 것을 막아 상속인을 보호하려는 데 본래의 목적이 있다는 제도적 성격을 말해 주는 것이다.

② 민법은 한정승인자로 하여금 한정승인을 한 날로부터 5일 내에 일반상속채권자와 유증받은 자에 대하여 한정승인의 사실과 2월 이상의 기간 내에 그 채권 또는 수증을 신고할 것을 공고하게 하는 것(제1032조) 외에는 한정승인 사실에 관한 공시방법을 요구하고 있지 않으며, 특히 부동산에 관하여 원칙적 공시방법인 등기부에 한정승인 사실을 등기하는 방법이 현행 법제도 아래서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와 같이 공시방법이 극히 미약한 상태에서 대세적으로 우선하는 권리를 해석론으로 도출하는 것은 거래의 안전을 크게 해치는 결과가 되어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 합당한 태도이다. 특히 일반 거래계의 주요한 거래대상물인 부동산과 관련하여서는 법률이 따로 정하고 있는 것 외에 우선적 권리를 인정하는 데 매우 신중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상의 임금채권이나 그 밖의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소액임차인의 우선변제권 등도 모두 성문의 법률에 근거하고 있다.

③ 민법이 재산분리 제도에서는 등기의 대항력에 관하여 제1049조와 같은 규정을 두면서 한정승인에는 그러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법원의 명령에 의하여 재산을 분리한 경우조차도 등기 없이는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는데, 하물며 그 사실이 전혀 등기되지 않는 한정승인의 경우에 상속채권자에게 상속재산에 관하여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우선적 지위를 인정할 수는 없다.

4. 결론 : 법정단순승인제도의 활용

한정승인만으로 상속채권자에게 상속재산에 관하여 한정승인자로부터 물권을 취득한 제3자에 대하여 우선적 지위를 부여하는 규정이 없는 이상, 한정승인자로부터 상속재산에 관하여 저당권 등의 담보권을 취득한 사람과 상속채권자 사이의 우열관계는 민법상의 일반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담보권자가 일반채권자인 상속채권자에 대해 우선권을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이 해석하더라도 상속채권자는 한정승인자의 고유재산에 대해 집행함으로써 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상속인이 한정승인을 한 후에 상속재산을 부정소비한 경우에는 법정단순승인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제1026조 제3호). 이에 대해 반대의견에서는, 한정승인자의 부당한 재산 감소 행위가 법정단순승인 사유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한정승인자에게 별다른 고유재산이 없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상속채권자가 온전히 구제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상속인이 한정승인을 하는 것은 통상적으로 상속채무가 과다하여 그로부터 자신의 고유재산을 보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므로, 단순승인으로 간주되어 한정승인자의 고유재산에 대하여도 권리행사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상속채권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다만 상속채권자가 한정승인자를 상대로 하여 얻은 집행권원인 승소확정판결 등의 주문에 상속재산의 한도에서만 강제집행할 수 있다는 뜻이 명시되어 있는 경우에는 결국 상속채권자가 한정승인자를 상대로 별도의 소송을 제기하여 책임재산에 관하여 무유보의 이행판결을 확보하여야 하는 등의 절차적 부담은 남는다. 궁극적으로 상속채권자가 상속인의 고유채권자에 우선하여 상속재산으로부터 만족을 얻기 위해서는 법원에 재산분리청구를 하여야 할 것이다. 재산분리제도는 상속채권자 또는 상속인의 채권자가 상속개시된 날로부터 3월내에 상속재산과 상속인의 고유재산의 분리를 법원에 청구하는 제도이다.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법학박사 김상훈

학력

1.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 법학석사(고려대학교) : 민법(친족상속법) 전공

3. 법학박사(고려대학교) : 민법(친족상속법) 전공

4. 미국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Law School 졸업(Master of Laws)

5. 서울대학교 금융법무과정 제6기 수료

경력

1. 제43회 사법시험 합격

2. 사법연수원 33기 수료

3.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친족상속법, 신탁법 담당

4. 서울지방변호사회 증권금융연수원 강사 : 신탁법 담당

5. 법무부 민법(상속편) 개정위원회 위원

6. 대한변호사협회 성년후견연구위원회 위원

7. 금융투자협회 신탁포럼 구성원

8. 한국가족법학회 이사

9. 한국성년후견학회 이사

10. 상속신탁연구회 부회장

11. 법무법인(유한) 바른 구성원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