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세금 대해부] 단일세율이 대세인데… 한국, 3→4단계로 구간 신설 추진
한국은 법인세 체계에서도 세계적 흐름과 거꾸로 가고 있다. 대부분 선진국은 법인세 체계를 간소화하는 반면 한국은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과세 표준 2000억원 초과 기업에 대해 세율 25% 구간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법인세 세 구간은 과표 2억원 이하 10%,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 20%, 200억원 초과 22%다. 기재부의 세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법인세 세 구간은 3단계에서 4단계로 늘어난다.

반면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2017 조세의 이해와 쟁점’을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26개국은 단일세율로 법인세를 부과하고 있다. 법인세 구간이 4단계 이상인 국가는 미국(8단계)과 포르투갈(4단계)뿐이다. 하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최고세율 기준 35%인 법인세 체계를 15% 단일세율 체계로 바꾸는 세제 개편을 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세제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법인세는 명목상 기업이 내지만 실제로는 개인 주주에게 부담이 돌아간다. 기업은 법인세 증가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 또 법인세가 늘어나면 기업 투자가 줄어들면서 고용이 감소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법인세에 누진세율을 적용해도 소득 재분배 효과를 직접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대부분 선진국이 법인세에 누진과세 대신 단일세율을 적용하는 배경이다.

국내에서도 법인세를 단일세율화하는 방안이 거론된 적이 있었다. 2013년 10월 현오석 당시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국회 국정감사를 받을 때가 대표적이다. 현 부총리는 ‘누진세율 체계를 단순화해야 하지 않느냐’는 여당 의원의 질문에 “법인세율이 중장기적으로 단일세율 체계로 가야 한다는 것을 정책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은 격렬하게 반대했다.

당시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현재 3단계 법인세율을 단일화하면 중소기업 세율은 올라가고 대기업 세율은 오히려 현재 세율인 22%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게 조세 정의에 합치하는 일인가”라고 따졌다. 이후 법인세율을 단일화하는 방안은 제대로 거론된 적이 거의 없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