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북핵 예방전쟁' 첫 언급… 북한 "건드리면 미국 본토 불바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자 미국 정가에서 북한을 상대로 ‘예방전쟁(preventive war)’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공격한 것처럼 한반도에서 전면전을 막기 위해 북한을 선제 타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핵·미사일 도발을 멈추라는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다.

미국에서 경제·외교적 압박에 이어 군사적 옵션까지 거론하면서 북한의 고강도 추가 도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8월 한반도 위기설’이 나오는 이유다.

선제 타격보다 적극적 대응

미국 국가안보 수장인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은 5일(현지시간) 북한의 핵 능력을 제거하기 위한 예방전쟁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이날 미국 MS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북한에 대한 예방전쟁 가능성’을 묻는 말에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을 위협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전쟁, 예방전쟁을 말하느냐”고 확인한 뒤 “물론이다. 우리는 그것을 위한 모든 옵션을 제공해야만 한다. 거기에는 군사옵션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고 말해왔다”고 강조했다.

예방전쟁은 적의 공격에 방어로 일관하기보다 먼저 공격을 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될 때 선제 공격으로 시작하는 전쟁이다. 북한이 완벽한 핵무기를 보유해 미국 본토가 위험에 처하기 전에 전쟁을 통해 핵 능력을 완전히 파괴한다는 개념이다. 미국은 2003년 3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중단시킨다는 명분 아래 전쟁을 일으켰다.

이는 기존 미국 정치권에서 나온 선제 타격이나 방어전쟁과는 다른 개념이다. 선제 타격은 적의 공격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기선 제압을 위해 먼저 공격하는 것이고, 방어전쟁은 적의 공격을 받았을 때 방어 차원에서 하는 전쟁이다. 예방전쟁은 이제까지 나온 북핵 대응 옵션 중 가장 적극적이고 파괴적인 대응 개념이다.

백악관 '북핵 예방전쟁' 첫 언급… 북한 "건드리면 미국 본토 불바다"
트럼프 의지가 출발점

예방전쟁은 맥매스터가 처음 꺼낸 것은 아니다.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장거리 핵과 미사일 개발을 내버려 두느니 북한과 전쟁을 하겠다’고 자신의 면전에서 말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먼저 예방전쟁론에 불을 지핀 셈이다. 백악관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시점은 북한의 2차 ICBM급 미사일 발사 실험 이후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 대사도 5일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결의안 통과 후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이 도발을 계속한다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며 “군사적 조치도 검토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 정부의 대북 강경론에 힘이 실리면서 ‘8월 한반도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북한이 도발 명분으로 삼는 한·미 연합훈련이 8월에 예정돼 있다. 게다가 단골 도발 시기인 북한의 각종 기념일이 8월에 집중돼 있다.

이달 21일께 한·미 군당국이 참가하는 민·관·군 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이 시작된다. 북한은 그동안 한·미 연합훈련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한·미 전략자산이 한반도 상공과 주변 해역에 총출동해서다. 여기에 미국의 예방전쟁 주장까지 더해지면서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예방전쟁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지프 콜린스 미 국방대학원 복합작전센터장은 지난 3일 북한을 상대로 한 예방전쟁 가능성에 대해 △미 의회의 승인 거부 △한국 일본 동맹국의 반발 △중국의 북한 지지 가능성 등으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한국이나 일본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정인설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