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차선 차량 접근 모니터로 보여줘…'레인와치' 인상적

혼다차가 수입차 시장에서 다시 인기를 끄는 이유가 궁금했다. 지난달 27일 천안을 다녀오면서 5세대 풀체인지 모델을 250㎞가량 타봤다. CR-V 시승은 2012년초 4세대 모델을 시승한 이후 5년 만이다. 5세대 모델은 앞서 2017 서울모터쇼에서 공개된 바 있다.


뒷좌석에 앉아봤다. 무릎 공간이 매우 넉넉했다. 다리를 쭉 뻗었는데 신발이 운전석 시트에 살짝 닿을 정도다. 레그룸은 이전보다 53㎜가 길어졌다고 한다.
덩치가 커진 반면에 엔진 크기는 작게 했다. CR-V와 궁합을 이루던 2.4L 자연흡기 엔진은 직렬 4기통 1.5L 직분사 터보 엔진으로 대체됐다. 세계적인 추세인 다운사이징 기술을 적용해 최대 193마력, 24.8㎏·m 토크를 낸다. 성능은 이전보다 소폭 향상됐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1.5L 엔진은 기존 엔진의 출력은 유지하면서 효율을 좋게 했다"며 "이전과 비교하면 세금이 싸지고 유지비가 적게 드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운전 중 가장 돋보이는 기능은 주행 안전을 돕는 편의사양이었다. 조수석 방향지시레버를 작동시켰더니 내비게이션 맵이 사라지고 우측 옆차선에서 달리는 차량이 모니터 화면에 떴다. 혼다는 '레인 와치(Lane Watch)'라는 이름을 붙였다. 우측 사이드미러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동승석 방향의 사각지대와 주행 상황을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는 안전사양이었다.

트랜스미션은 무단변속기(CVT)가 탑재됐다. 수동모드와 자동모드를 운전자가 도로 상황에 따라 직접 바꿀 수 없는 것은 아쉬웠다. 대신 D모드에서 S모드로 기어를 바꿔 주행감을 좀더 거칠게 끌어올릴 수 있도록 했다.
4세대 차량은 내비게이션이 없었으나 5세대는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 안에 7인치 내비게이션을 탑재했다. 다만 7인치 내비게이션은 디스플레이 전체 비율에서 다소 작게 들어갔다. 8~9인치로 크기를 키웠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지난 번 시승한 4세대 차량의 실주행 연비는 L당 8㎞가 나왔다. 이번엔 무더위로 에어컨을 강하게 켜고 탔더니 계기반 연비는 L당 10㎞ 가까이 찍혔다. 효율성이 좋아진 게 느껴졌다. 시승하면서 급가속이 잦았으나 고속주행이 많았던 게 연료소비효율에 반영된 듯했다. 시승차의 스티커 복합 연비는 12.2㎞/L.
외모는 변화를 줬다. 전면부 얼굴은 굵직한 가로형 크롬 그릴로 성형했다. 헤드램프는 끝부위를 더 날카롭게 치장했다. 실내도 다듬었다. 센터페시아 상단 블랙 색상의 디스플레이를 얹으면서 깔금한 새옷을 입은 느낌을 전달했다.
수납공간은 많았다. 레저용 차량 특징이 엿보였다. 센터콘솔 박스 용량은 큼직했다. 센터페시아 하단 수납함도 크다. 변속기 위치가 미니밴과 같이 상단에 위치에 있어 조작하기엔 불편함이 없으나 시각적으로 약간 아쉬웠다. 변속기 위치는 취향 차이에 따라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CR-V는 상시사륜구동(AWD) 기술이 기본으로 장착됐다. EX-L(3930만원)과 투어링(4300만원) 두 가지 트림으로 나왔다. 시승한 모델은 투어링이었다. 헤드업디스플레이, 파워 테일게이트, 전자식 주차브레이크, 메모리 시트, 2열 열선 등 다양한 편의사양이 채택되면서 가격은 인상분이 반영됐다.
CR-V 차주 가운데선 싼타페나 쏘렌토 등 국산 SUV를 놓고 고민하다가 선택한 이들이 많다. 물론 크기는 CR-V가 좀더 작지만 쏘렌토나 싼타페가 너무 흔하다고 생각하는 운전자라면 CR-V가 개성을 뽐내기는 더 좋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