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면충돌…동북아 신냉전 오나
미국 수뇌부 연일 "중국, 제재 동참 결단하라" 압박
환율조작국 지정·세컨더리 보이콧 등 꺼내들 듯
중국 관영언론 "북핵 모르는 풋내기 트럼프" 반발
지난 28일 북한의 2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 실험 후 미국의 대응전략은 중국 압박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발사 직후 미국의 대(對)중국 무역적자를 언급하며 “그들(중국)은 북핵 해결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30일에는 헤일리 대사가 중국의 역할론을 거론하며 “(북핵 해결을 위한) 대화의 시간은 끝났다. 중국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재차 압박했다. 미국이 3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북한에 대한 추가적인 압박이 없으면 안 하는 게 낫다”고 선을 그었다. 북핵 문제의 키를 쥐고 있는 중국이 제재에 나서도록 실력행사를 하겠다는 경고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들은 미국이 군사적 옵션 외에 중국을 상대로 쓸 수 있는 외교·경제적 제재조치를 총동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 가능한 카드로는 △중국산 수입철강에 대한 관세부과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도입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한 제재강화 △‘하나의 중국’ 외교원칙 재검토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확대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나같이 중국이 민감해하는 카드들이다.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는 외교·안보와 경제·통상 이슈를 구분하지 않고 연계하는 경향이 있다”며 “먼저 통상 분야에서 보복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한·미·일, 군사옵션도 검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31일 트럼프 대통령과 52분간 전화 통화를 하고 북한에 대한 경제·외교적 압박 강화와 다른 나라들에 대한 동참을 설득하기로 합의했다. 아베 총리는 통화 뒤 기자들에게 “북한이 일방적으로 사태를 줄곧 악화시켜왔다”며 “이런 엄연한 사실을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무겁게 받아들여 압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앞서 29일 중국이 민감해하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추가 배치를 전격 결정하며 대중국 압박 행렬에 동참했다.
일각에서는 한·미·일 3국 간에 대북 군사옵션에 관한 합의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한·미 군수뇌부는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실험 직후 군사적 대응 옵션을 논의했다. 테런스 오쇼너시 미 태평양공군사령관은 30일 한반도 상공에서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랜서 폭격기 등을 동원한 훈련을 마친 뒤 성명을 통해 “필요하다면 북한을 상대로 우리가 선택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빠르고, 치명적이고, 압도적인 힘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에스토니아를 방문 중인 펜스 부통령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북한에 대응하기 위한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다”고 말했다.
◆북핵해결 책임론에 펄쩍 뛰는 중국
중국은 미국의 보복 예고에 대해 “전혀 도리에 맞지 않는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31일자 사평(사설)에서 “북핵 억지를 최우선 외교 과제로 여기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로 곤혹스러워하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트럼프가 이를 중국에 대한 비난으로 몰고가는 것은 전혀 도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은 쉽게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선 “이런 말은 북핵 문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풋내기 미국 대통령이나 할 수 있다”며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을 결심했고 미국과 한국의 군사적 위협에는 관심이 없는데 어떻게 중국의 제재로 상황이 바뀔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워싱턴=박수진/베이징=강동균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