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이탈리아 베네치아
대운하 위의 리알토 다리위에 서면 자비로운 왕의 행렬 같은 풍경 펼쳐져
세월의 흔적 담은 건물과 골목길 물결소리·바다내음 합쳐진 수중도시
도시 전체가 보석처럼 빛나는 건축 걸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
산마르코 광장에 선 나폴레옹의 말처럼 웅장한 궁전과 탁트인 지중해가 한눈에
동서양 건축의 조화 산마르코 성당, 축복 내려주듯 햇살에 '반짝'
곤돌라를 따라 펼쳐지는 베네치아
충돌의 위험이 있는 사각지대에서는 “오이~”라는 소리를 내어 위치를 알리곤 했다. 그때의 소리는 빈 공간에 부딪혀 긴 울림을 주었다. 대처로 나간 젊은이들이 비워둔 공간은 그렇게 울림으로 증명된다. 자동차들이 내는 소음이 없는 곳, 고요함을 딛고 퍼져나가는 물결소리, 젖은 나무와 이끼의 냄새. 전설 속 수중도시가 이 세상에 잠시 떠오른 듯한 공간이다. 그러나 조금만 다른 구역으로 이동하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오랜 시간이 켜켜이 쌓인 건물 안에는 현대의 문명이 몸을 맞춰 들어가 있다. 명품숍과 일반 잡화점, 레스토랑과 카페, 호텔 등이 즐비해 활발한 도시의 자태를 드러낸다.
곤돌라는 다시 대운하 방향으로 기수를 돌렸다. 1층이 비워진 건물들이 보인다. 자세히 보면 해수면이 이미 1층의 높이를 침범해있다. 한때 저곳에 누군가 살고 있던 날을 상상해본다. 문을 열면 바로 아래에 아드리아해의 물이 찰랑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 모습이 여행자에게는 꽤나 낭만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 아까운 낭만이 빈집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지구 온난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과 약해진 지반의 침하로 인해 조금씩 바다로 가라앉고 있다. 게다가 ‘아쿠아 알타(해일로 인해 운하가 범람하는 현상)’로 인해 도시가 물에 잠기는 일이 빈번히 발생한다. 그래서 이곳 건물들 1층은 대부분 비어 있고, 주요 시설은 3층에 있다. 이 가슴 아픈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계획이 모세 프로젝트다. 바다 밑에 방벽을 설치해뒀다가 침수 위기 때 압축공기를 주입해 부력으로 일으켜 세우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역시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며, 생태계에 미칠 영향으로 인해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지금 이 도시에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이 땅을 처음 일궜던 베네치아 선조들의 절실함인지도 모른다.
이탈리아 난민이 일군 ‘인내의 땅’
베네치아 골목은 아주 좁다. 심지어 한 사람이 양팔을 벌렸을 때보다 더 좁은 길도 있다. 그러니 자동차와 같은 교통수단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작은 길이 국수다발처럼 흩어져 베네치아를 이루고 있고, 수없이 많이 놓여 있는 수로로도 모자라 또 어떤 길의 끝에는 대운하가 갑자기 나타나는 등 막다른 길이 곳곳에 숨어 있다. 그야말로 미로 자체다. 베네치아는 쫓기고 쫓겨 더 이상 도망갈 곳 없는 난민이 숨어들어간 곳이다. 5세기 로마제국 말기에 이민족의 침입을 받은 이탈리아 북부 난민은 더 이상 갈 곳이 없자 베네치아 갯벌로 피신을 한다. 진흙 위에 집을 지을 수 없으니 지면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그곳에 수많은 나무 기둥을 박아 흙으로 메꾼다. 그것은 하나의 섬이 된다. 그렇게 또 다른 섬을 만들어내고, 섬과 섬 사이에는 다리를 놔 연결한다. 그리하여 118개의 섬으로 이뤄진 베네치아에는 177개의 조그만 수로에 400여 개의 다리가 놓여 있다. 태생 자체가 적의 말과 전차가 들어올 수 없는 구조를 띠는 것이다. 베네치아는 사랑과 낭만의 땅이기 이전에 생존에 대한 열망으로 이뤄진 ‘인내의 땅’이다.
5세기 힘없는 농민과 어부들이 이민족으로부터 도피해 임시 거주하던 척박한 땅, 베네치아는 10세기에는 동부지중해 지역과의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하게 된다. 13세기에는 십자군과 동맹을 맺어 동방무역을 확대하고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키는 등 필적할 수 없는 세력을 지니게 된다. 이는 14~15세기 초 해상무역공화국으로서 최고의 전성기로 이어진다. 이곳의 건축물에는 베네치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성기를 거치며 여러 양식의 건축물이 존재하는 베네치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특별한 건축 박물관이다. 도시 전체가 특별한 건축 걸작으로 꼽히는 이곳은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산마르코 광장의 다양한 풍경
베네치안 고딕양식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의의가 깊은 두칼레 궁전은 베네치아 공화국의 총독 관저였으나 지금은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파사드의 격자 장식창과 규칙적으로 뻗어 있는 기둥이 멋진 이 건물은 하얀 외관으로 우아함을 더하고 있다. 9세기에 지어졌으나 이후 여러 차례 개축돼 15세기에 완성됐다. 베네치아의 권력과 영광의 상징이므로 천천히 시간을 내어 궁전 전시장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두칼레 궁전과 감옥을 잇는 다리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탄식의 다리다. 두칼레 재판소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죄수는 이 다리를 건너 지하 감옥에 갇히게 되는데, 다시는 햇빛을 볼 수 없다는 절망감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산마르코 광장에서 벗어나 대운하의 하구 끝에는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산타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이 보인다. 커다랗고 둥근 돔이 운하의 풍경 전체를 평화롭게 끌어안는 듯하다. 이 성당은 17세기 베네치아를 강타한 흑사병이 소멸된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봉헌됐다고 한다.
물과 빛으로 빚어낸 도시, 베네치아
여행 팁
아시아나항공이 인천~베네치아 구간에 전세기를 6월부터 10월까지 주 2회 운항하고 있다.
교통수단
여행시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수상버스인 바포레토다. 대운하 곳곳에 정차하고 풍경을 감상하기에도 좋다. 1회권은 7.5유로지만 24시간은 20유로, 48시간은 30유로이므로 1회권보다 일정에 맞게 데이 권으로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베네치아 본 섬 외에 주변 섬을 갈 때도 바포레토를 이용하면 된다.
베네치아의 축제
빛나는 예술의 도시, 베네치아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들이 열린다. 이 시기에 방문한다면 더욱 화려하고 뜻깊은 여행이 될 것이다.
- 카르네발레 디 베네치아(가면축제): 사순절 10일 전부터 시작, 대부분 1~2월 개최
-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9월 초순
- 베네치아 비엔날레: 홀수 해의 6~10월
- 레가타 스토리카 카날 그랑데(곤돌라 경주): 9월 첫 번째 일요일
베네치아=김민정 아시아나 항공 승무원 mjkim75f@flyasian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