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한자리, 신한사태 당사자들의 어색한 화해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등 이른바 ‘신한사태’의 당사자들이 7년 만에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2010년 신한사태로 쌓인 앙금을 뒤로 하고 당사자들끼리 포옹과 악수를 건네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7일 이희건한일교류재단 주최로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 음악회’에서다.

이희건한일교류재단은 이날 행사에 신한금융 주요주주 및 그룹 내 전·현직 임원 등 200여명을 초청했다. 신한사태의 당사자들인 라 전 회장, 신 전 사장, 이 전 행장 등과 전직 임원인 한동우 고문, 이용만 전 행장, 이인호 전 행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현직 임원인 조용병 회장과 위성호 행장 등이 총출동했다 .
7년 만에 한자리, 신한사태 당사자들의 어색한 화해
이날 행사의 스포트라이트는 신한사태 3인방의 조우였다. 라 전 회장과 신 전 사장, 이 전 행장 등 신한사태 3인방은 ‘앙숙’ 관계다. 2010년 신한금융그룹 경영을 놓고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 측이 신 전 사장을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하면서 양측은 지난 10년간 얼굴을 붉혀왔다. 지난 3월 신 전 사장은 벌금 2000만원의 대법원 최종 판결을 받으면서 사실상 무죄를 인정받았다. 이어 5월 신 전 사장에 대한 신한금융 이사회의 스톡옵션 지급 결정으로 신한사태가 일단락된 이후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 전 사장, 이 전 행장, 라 전 회장 순으로 시차를 두고 각각 행사장에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냉랭했다. 가장 먼저 행사장에 도착한 신 전 사장은 라 전 회장에게 인사할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럴 시간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도착한 이 전 행장은 “모든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면 좋겠다”며 “선배(신 전 사장)인데 인사도 드리고 말씀도 나누겠다”며 했다. 하지만 맨 마지막에 도착한 라 전 회장은 “(신 전 사장과) 절대 안 만난다”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내 화해는 물 건너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막상 행사가 시작되자 화해 무드가 연출됐다. 후배인 이 전 행장이 먼저 행사장에 도착해 있던 신 전 사장에게 다가가 “선배님, 잘 지내셨습니까”라며 90도로 인사했다. 이에 신 전 사장도 밝게 웃으면서 “연락 좀 하고 살자”고 악수를 나눴다. 이어 라 전 회장이 들어서자 이번에는 신 전 사장이 라 전 회장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라 전 회장이 웃으며 “연락 좀 하고 살자”고 말하자 신 전 사장은 “제가 바쁘잖아요”라며 농담을 건네면서 손을 잡고 포옹까지 나눴다.

신한사태 당사자들이 서로 악수를 나누며 7년 만에 해묵은 앙금을 털어내는 듯한 모습에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하지만 여전히 앙금은 남아있었다. 먼저 행사장을 빠져나온 신 전 사장은 “의례적인 인사를 나눈 것일 뿐 화해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 측이) 공식적으로 사죄를 표명해야 한다”며 “진정성을 보고 화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