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한국에너지공단에 등록된 BMW 520d 복합 연비는 14.0㎞/L다. (사진 출처=에너지공단)
올해 2월 한국에너지공단에 등록된 BMW 520d 복합 연비는 14.0㎞/L다. (사진 출처=에너지공단)
국토교통부 등 정부부처의 자동차 연비 검증 기준이 깐깐해지면서 베스트셀링 수입차의 연료소비효율이 줄줄이 하향조정되고 있다.

26일 한국에너지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이후 자동차 제조사들이 스티커 연비 표기를 일제히 신연비 신고로 변경하면서 일부 수입차 인기 모델의 연비 수치가 이전보다 낮아졌다.

렉서스의 베스트셀링카 ES300h는 지난달 복합 연비가 L당 14.9㎞로 새로 등록됐다. 기존에 등록된 연비는 L당 16.4㎞로 더욱 엄격해진 신연비 기준에 약 10% 떨어졌다. 연비 등급은 1등급에서 2등급으로 한 등급 내려갔다.

ES300h는 지난달 수입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 최초로 단일모델 판매 1위에 올랐다.

인터넷 포털 검색 기능에서는 아직도 520d 연비를 검색하면 '16.1㎞/L'라는 내용이 상단에 올라온다. (사진=N포털 화면 캡처)
인터넷 포털 검색 기능에서는 아직도 520d 연비를 검색하면 '16.1㎞/L'라는 내용이 상단에 올라온다. (사진=N포털 화면 캡처)
수입차 시장에서 오랫동안 베스트셀링카로 이름을 올린 BMW 520d는 올해 초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이 나오면서 연비가 이전 모델 대비 13%가량 떨어졌다. BMW코리아가 인증 받은 복합 연비는 520d 14.0㎞/L, 520d X드라이브(4륜구동)는 13.9㎞/L다. 2014년 10월 인증을 받은 520d의 복합 연비는 16.1㎞/L다.

에너지공단에 올 2월 등록된 신형 520d의 공차중량은 1710㎏로 이전 모델(1630㎏)보다 80㎏ 늘었다.

에너지공단 관계자는 "신형 520d의 제원을 보면 엔진·변속기 등의 변화는 없고 축거, 윤거 등이 길어지면서 차체가 커지고 공차중량이 무거워졌다"며 "기존 모델은 17인치 휠로 연비를 측정한 반면, 이번에는 18인치 휠로 측정한 것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2년 자동차 구연비 표기법을 시내 주행과 고속도로 주행으로 구분해 합산한 신연비(복합연비) 기준으로 새로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제조사들의 '연비 부풀리기' 의혹이 확산되자 2014년 11월 자동차 연비 측정 방식과 계산법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하고 전격 시행에 앞서 1년6개월 간 유예기간을 뒀다.

이는 자동차 제작사들이 한꺼번에 여러 보유 차종을 실험하고 연비 재인증을 받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깐깐해진 신연비 도입 이후 차종별 달라진 연비 차이를 보면 가솔린 차량보다 유럽의 디젤 차량 하락 폭이 대체로 크게 나타났다.

푸조 수입사 한불모터스가 지난 4월 서울모터쇼 행사를 시작으로 판매에 들어간 신형 3008의 복합 연비는 13.1㎞/L로 이전 모델(14.4㎞/L) 대비 약 9% 낮아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신연비 도입 이후로 가솔린차 보다 디젤 차의 연비 하락 폭이 훨씬 크다"면서 "유럽의 연비 인증 규정이 한국보다 덜 까다로워 신연비 변경 이후 유럽차 인하 폭이 크다"고 말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