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이엠어패럴 임재필 대표(우), 김동규 위메프 MD(좌)>
<사진: 제이엠어패럴 임재필 대표(우), 김동규 위메프 MD(좌)>
"엉덩이는 덮어야죠. 너무 짧으면 안돼요."
"허리는 고무줄이 편하죠. 밴딩으로 가요."
"끝에는 살짝 배색을 두면 어떨까요."


허우대 좋은 두 남자가 만나 나누는 이야기다. 20~30대 여성들의 취향이 어떻고 체형은 어떠하며 좋아하는 스타일은 무엇인지가 주된 내용이다. 두 남자의 관심은 여성, 특별히 젊은 감각을 가진 주부인 '미시'에 쏠려있다. 중소 패션회사 제이엠어패럴 임재필 대표와 소셜커머스 위메프 패션담당 김동규 MD의 일상이다.

제이엠어패럴이 만든 여성복 브랜드 JC스타일은 올 들어 위메프에서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평범해 보이는 티셔츠와 팬츠가 미시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하루 평균 6000~7000장씩 팔린다.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9일 위메프 본사에서 두 남자를 만나 그 비결을 들어봤다.

◆ ○○데이 특가 이벤트 적중

패션계에서 대박을 친 옷들은 몇 가지 공식이 있다. 유명 브랜드 옷이거나 톱스타가 입어 뜨는 경우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입소문이 번지기도 한다. JC스타일은 이런 공식을 보기좋게 깨뜨렸다. 알려진 브랜드도 아니고 스타 마케팅을 하지도 않은데다 지극히 단순한 디자인 옷들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임 대표와 김 MD는 JC스타일의 인기 요인으로 먼저 가격 전략을 꼽았다. 제이엠어패럴이 위메프에 처음 입점한 건 2014년. 당시에는 오픈마켓에 주력할 때여서 입점만 해놓고 판매에 공을 들이진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위메프가 특정일을 활용한 '○○데이' 특가 이벤트를 시작하면서 JC스타일도 본격적으로 위메프에서 판매 시동을 걸었다.

"○○데이 행사가 그야말로 대박이 난 겁니다. 지난달 어린이날을 맞아 진행한 55데이가 대표적이예요. 그때 JC스타일 주요 아이템인 롱티셔츠와 팬츠를 5900원에 판매했죠. 초 단위로 주문이 밀려들어오면서 이날 하루에만 1만3000여 장을 팔았습니다. 막바지에는 더 이상 주문을 받기도 힘들 정도였죠." (임 대표)
<사진: JC스타일 옷, 출처: 위메프>
<사진: JC스타일 옷, 출처: 위메프>
○○데이는 위메프만의 독특한 이벤트로 특정 날짜를 키워드로 해 대대적인 할인에 들어간다. 예컨대 55데이에는 1000여개 상품을 55원부터 5만5555원 등에 판매했다. 지난 6일 현충일을 맞아 진행한 66데이에서도 500여개 상품을 66원부터 66만6666원까지 할인 판매했다.

위메프에 따르면 ○○데이를 도입한 이후 구매 고객 수가 크게 늘어 지난 3월에는 월간 순 구매 고객이 처음으로 300만명을 돌파했다. 3월 월간 거래액 역시 사상 최대인 3000억원을 넘어섰다.

"○○데이는 시간별, 날짜별로 다양해요. 각 데이마다 특가 상품이 카테고리별로 보기 좋게 정리돼 있어 소비자들이 접근하기도 아주 좋죠. 업체 입장에서는 ○○데이 때 판매를 극대화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잘 팔리는 상품을 확인할 수 있어서 반응이 좋은 상품에 집중 대응할 수 있습니다." (김 MD)

JC스타일 옷은 ○○데이에 주로 5000~7000원 사이에 판매한다. 할인률이 큰 소셜커머스라는 걸 감안해도 터무니없이 싼 가격이다. 위메프 측에서는 다른 패션업체에도 비슷한 아이템을 건의했지만 대부분 단가를 도저히 맞출 수 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임 대표가 이런 가격을 감수하고 특가 이벤트에 적극 동참하는 건 싼 값에도 좋은 품질의 상품을 살 수 있다는 신뢰를 소비자에게 심어주기 위해서다.

"이익만 추구하면 소비자를 잡을 수 없죠. 최대한 브랜드를 알려서 신뢰를 얻게 되면 점점 더 많은 구매가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요. 실제 그랬고요. 한 사람이 1개 상품을 사는게 일반적인데 JC스타일은 한번에 3~4개씩을 사거든요. 특가에 많이 팔아 소비자에게 각인되고 광고 효과도 봤죠. 대신 포장 등 다른 부분에서 비용을 절감합니다." (임 대표)

◆ 디테일 힘준 디자인 구매욕 상승

○○데이 특가 행사라고 해서 모든 상품이 잘 팔리는 건 아니다. JC스타일이 55데이 당시 기록한 매출은 위메프에서도 이례적인 것으로, 패션 카테고리 안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임 대표와 김 MD는 JC스타일만의 디자인 디테일에 또 다른 비결이 숨어있다고 설명했다. JC스타일이 위메프에 본격 뛰어들기 시작한 지난해 말 김 MD는 임 대표에게 다른 사이트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JC스타일만의 콘셉트를 만들자고 주문했다.

기본 티셔츠라고 하더라도 길이를 좀 더 길게 한다던가 끝 부분에 배색을 준다던가 하는 식으로 차별화하는 것이다.

"JC스타일의 주 타깃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 여성들이예요. 미시들이 많죠. 이들은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지만 너무 꽉 끼고 짧은 옷은 선호하지 않아요. 단순하면서도 세련되길 바라죠. 이런 성향을 파악해 엉덩이를 가리는 롱티셔츠와 날씬해 보이는 밴딩 팬츠 등에 주력하자고 했죠." (김 MD)

임 대표와 김 MD는 일주일에 수 차례씩 만나 머리를 맞대며 콘셉트를 고민하고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임 대표는 김 MD 생각을 대부분 받아들이면서 자신만의 고집도 내세웠다. 화려한 프린트보다는 최대한 기본 스타일로 가되 디테일에 힘을 주자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JC스타일 옷은 비슷해 보여도 조금씩 달라요. 밋밋한 티셔츠에 프린트를 넣거나 색깔을 바꾸는 건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디자인 자체에 변화를 주는 건 사람 손을 일일히 거쳐야 하고 비용도 많이 들죠. 그럼에도 디테일의 차이가 경쟁력이 될 거라고 믿었어요. 그게 적중했죠."
(임 대표)

제이엠어패럴은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위메프를 통한 매출이 지난해보다 1380% 이상 급증했다. 5월 매출은 4월보다 훨씬 좋을 것으로 전망한다. 주문이 너무 많이 들어와 감당하지 못할 정도여서 한 주 쉬었다 가자고 위메프에 먼저 요청했다.

위메프는 앞으로도 파트너사들 중에 제이엠어패럴과 같은 성공 사례가 더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전략적인 특가 상품 운영을 통해 매출과 홍보 효과를 높임으로써 단골고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메프 관계자는 "이미 한달 매출이 1억원 이상인 파트너사가 420개를 넘었다"며 "괄목할만한 매출 성장을 이룰 파트너사들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