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계약·인프라 건설 등 투자
GE·블랙스톤 등 美 기업도 협력
오바마 정부와 냉랭했던 관계회복
'러시아 스캔들' 국면전환 노림수도

30여 명의 기업인을 대동하고 취임 후 첫 해외순방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첫 기착지인 사우디에서 이 같은 수출 및 투자유치 계약을 맺었다. 아델 알주베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 간 총 투자 가치는 3800억달러 이상”이라고 밝혔다.
가장 큰 계약은 미국의 무기 수출로 1100억달러(약 124조원)에 이른다. 사우디의 국경 보안과 해양 안보, 공군 현대화, 미사일 방어체계 개선, 사이버 안보 및 통신 개선 등에 필요한 장비와 기술 등이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도 제너럴일렉트릭(GE), 슐룸베르거, 핼리버튼 등 11개 미국 회사와 총 500억달러(약 56조원)에 이르는 투자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도 미국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과 400억달러(약 45조원) 규모의 미국 인프라 투자 펀드 조성에 합의했다. PIF가 200억달러 투자를 약속했으며, 나머지 200억달러는 사우디 내 다른 투자자에게 출자받을 예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계약을 미국의 무기 판매, 사우디의 미국 인프라 투자를 매개로 한 동반자 관계 회복으로 해석했다. 가디언은 사우디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거래를 ‘중동질서의 리셋(재조정)’이라고 규정했다. 미국이 사우디를 첫 방문국으로 삼은 것은 사우디를 앞세워 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는 이란을 견제하겠다는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설명이다.
‘러시아 스캔들’로 취임 후 최대 위기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통해 세계가 주목하는 성과로 평화적 지도자의 이미지를 갖추고 국면 전환을 노린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