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수출 '도미칠레' 로 돌파구
주력 시장인 중동의 경기침체와 원화 강세로 고전하던 중고차 수출이 중남미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중고차 무역상들이 도미니카공화국 등 중남미 국가 정부의 정책 변화를 포착하고 기회를 찾아낸 결과라는 분석이다.

1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남미 지역 대상 중고차 수출 대수는 지난해 4만904대를 기록해 처음으로 4만 대를 넘어섰다. 2014년 2만296대에서 2015년 2만7300대 등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그중에서도 도미니카공화국으로 선적한 물량은 2014년 5818대에서 2015년 1만2474대, 지난해 2만2841대로 뛰었다. 도미니카는 리비아(5만1445대), 요르단(2만8036대)에 이어 한국의 세 번째 중고차 수출국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칠레에도 1만235대의 한국산 중고차가 수출돼 8위를 기록했다.

2013년부터 인천 남동구에서 중고차 무역회사인 리알오토테크를 운영하는 박혜련 대표는 “도미니카 정부가 2015년부터 친환경차 정책으로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에 대한 세제 지원과 충전소 확충에 나선 점에 착안해 양질의 LPG차를 적극 확보한 것이 수출 증가에 보탬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글로벌 중고차 시장에서 경쟁하는 일본에 비해 택시와 렌터카 등 관리 상태가 좋은 LPG차가 많아 물량 확보가 쉽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볼리비아 칠레 등도 LPG차 우대정책을 쓰고 있어 중남미 중고차 수출이 당분간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했다.

국내 최대 중고차 경매장인 현대글로비스 오토옥션에서도 LPG차 거래가 활발하다. LPG차 낙찰 대수는 2015년 508대에서 지난해 870대로 71.3% 늘었다. 올해 1분기(1~3월)에만 384대가 낙찰됐다. 현대글로비스 오토옥션은 중고차 매각 희망자(개인·법인 포함)가 차량을 출품하면 중고차 매매상이 참여하는 경매에 부쳐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중고차 수출은 2012년 36만7856대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22만957대로 줄어드는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데다 중동지역 경기 침체와 규제 강화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2012년 10만5802대를 기록한 요르단 수출은 지난해 2만8036대로 급감했다. 요르단은 중고차 무관세 정책으로 중동지역 허브로 통했지만 지난해 관세율을 35%로 올렸다. 전체 중고차 수출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55%에서 지난해 46%까지 떨어졌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