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이 중소기업을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합니다. 선거 때만 정략적으로 중소기업을 이용하니, 정책 추진 체계도 빈약하고 파급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지요.”

한정화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사진)는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한국 경제 성장을 대기업이 이끌어왔다면 이제는 중소기업에 그 역할을 맡겨야 할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 교수는 지난 1월까지 2년10개월간 중소기업청장을 지냈다. 역대 중소기업청장 중 최장수다. 그는 이미 교수 시절부터 국내 최고의 벤처 중소기업 전문가로 평가받았다. 1990년대 후반 한국벤처연구소 초대 소장을 맡았고 한국중소기업학회장, 한국벤처산업연구원장 등을 거쳐 중소기업청장에 임명됐다.

한 교수는 이날 중소기업청장으로 재직 시 경험 등을 모아《대한민국을 살리는 중소기업의 힘》이란 책을 펴냈다. 그는 “현장을 직접 경험하면서 내가 아는 지식을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며 책을 낸 이유를 설명했다. “이상적인 정책도 막상 현실에서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서 갈등이 생기거나 흐지부지 추진력을 잃어버리는 일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는 근본적인 원인을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서 찾았다. 그는 “우리나라 중소기업 정책은 다양성 면만 따지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어떤 정책이든 중소기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불공정 거래행위나 기술 탈취 등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에 빠져버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인구 5000만명의 작은 내수시장에서 기업형 대자본과 중소기업·소상공인 같은 개인형 소자본이 무차별 경쟁을 하다 보니 실패자가 양산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는 지적이다.

한 교수가 제시하는 해법은 상생 생태계 구축이다. 그는 “경제정책의 축을 대기업 수출 의존형 성장 전략에서 중소기업 육성 정책으로 옮겨야 한다”며 “중소기업 창업과 성장이 역동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생태계를 꾸리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사례로 기술형 창업 지원 체계인 ‘팁스(TIPS)’를 꼽았다. 팁스는 한 교수가 중소기업청장 재임 시절 도입한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 프로그램이다. 민간 투자자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선정해 1억원을 투자하면 정부가 추가로 3년간 연구개발(R&D) 자금 등 최대 9억원을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한 교수는 “팁스를 처음 도입할 때도 정부 지원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등의 지적이 많았다”며 “몇 개 기업을 지원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혁신적인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투자라고 설득한 끝에 도입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어떤 중소기업 정책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대기업부터 생계형 자영업자, 소상공인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 공감을 얻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며 “사회적 약자니까 도와줘야 한다는 것보다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이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공정한 토대를 마련한다는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