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100일 계획 합의는 상전벽해와 같은 일"…한국 부담 더 커지나
‘세기의 담판’으로 주목받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의 ‘판정승’으로 마무리됐다는 평가다. 시 주석은 통상 분야에서 무역불균형 해소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시간표(100일 계획)를 제시했고, 북핵 압박용 메시지를 담은 ‘시리아 공습’에 침묵했다. 중국의 기세를 꺾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타깃으로 한국 등 무역 흑자국들을 겨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통상 부문서 큰 성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7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무역불균형 이슈에 많은 공(功)을 들였다. 환율조작국 지정, 보복관세뿐 아니라 불공정 무역행위 전수조사, ‘하나의 중국’ 원칙 불인정 등 다양한 카드를 활용해 중국을 압박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정상회담 후 브리핑에서 “확실히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회담에 만족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순위를 뒀던 통상 부문에서 성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앞으로 협상을 해봐야 한다”면서도 “중국과 100일 계획 마련에 합의한 것은 상전벽해와 같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목표는 미국의 대중 수출을 늘리고 무역적자를 줄이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서비스 교역을 포함해 총 5005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냈다. 이 중 3097억달러(61.9%)가 중국과의 교역에서 나왔다. 대(對)중국 교역적자 문제만 풀어도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에너지, 車 등에서 수출확대 노릴 듯

아직까지 100일 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무역적자를 얼마나, 언제까지, 어떤 방법으로 줄일지 정해지지 않았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단기와 장기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대화 채널을 분야별로 구조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인사와 민간이 참가하는 분야별 협의채널을 통해 품목별로 수출 확대 방안을 마련해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수출 확대를 요구할 품목으로는 원유와 자동차, 농산물 등이 꼽힌다. 트럼프 행정부는 에너지 개발 확대와 수출을 통해 무역적자를 줄이고 일자리도 늘린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에너지 수출은 협상리스트에서 상단에 있을 공산이 크다.

자동차와 농산물도 마찬가지다. 산업 규모가 크고 가시적인 홍보효과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중서부 농업·공업지대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 므누신 장관은 “양국은 통상뿐 아니라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광범위한 기회를 갖고 있다”며 논의 범위를 투자와 금융, 환율정책 등까지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회담에서 투자와 에너지, 인프라 등으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NAFTA 다음은 한·미 FTA 가능성

미국은 앞으로 주요 교역국에 대한 통상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에서 ‘트럼프케어’(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건강보험법 개혁안) 입법 좌절과 측근들의 러시아 내통 혐의 논란,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둘러싼 소송전 등으로 코너에 몰려 있어 돌파구로 대외협상을 통한 실적 내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중국과의 담판에서 자신감도 얻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은 앞으로 신규 투자와 수입 확대를 건별로 발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작은 승리’를 안겨 주는 방식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여름 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들과 재협상(또는 현대화)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과의 개별 협상을 병행한다면 그다음 타깃은 한국이 될 공산이 크다. 한국의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 규모(서비스 포함)는 175억달러로 전체 교역국 중 8위(3.5%)를 기록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