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돌(연기하는 아이돌)의 재발견.’

배우 이준호(27·사진)를 두고 방송가에서 하는 말이다. 그는 지난달 30일 마지막회 시청률 17.2%로 종영한 KBS 수목드라마 ‘김과장’에서 주인공의 라이벌 ‘서율’ 역을 맡아 호평받았다. 5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이씨는 “지상파 드라마 첫 도전작인데 성적도 좋아 기쁘다”며 “가수 때와는 다른 경험이라 재미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JYP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그룹 2PM 멤버로 2008년 데뷔했다.

“드라마가 끝나고 나니 지난 3개월이란 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 같아요. 참 신기하면서도 섭섭한 기분이더군요.”

서율은 금융범죄 전담수사 검사로 승승장구하다 극중 대기업인 TQ그룹의 재무이사로 스카우트된 인물이다. 이전 직위를 이용해 그룹의 비리를 덮어주며 사내 권력을 잡으려는 주요 악역이었다. ‘의인’인 주인공 김성룡(남궁민 분)과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웠다.

“데뷔 후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했습니다. 주인공에게 밀리면 안되는 역이라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어요. 저보다 한참 나이 많은 배우들에게 반말하며 소리치는 연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죠.”

안하무인 연기와 함께 ‘먹방(먹는 방송)’도 화제를 모았다. 서율이 무엇인가를 먹는 장면이 매회 들어갔다. 이씨는 “먹는 장면으로 서율의 권력욕과 살아온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노력 끝에 합류한 2PM은 이제 ‘고참’ 아이돌그룹이 됐다. 내년이면 데뷔 10주년을 맞는다. 이제 매사에 여유가 생기지 않았냐는 질문에 “아직 배우로서는 아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이돌과 배우 활동은 별개인 것 같습니다. 2PM 활동 중 대형 무대에 여러 번 서면서 대담함이 생기긴 했어요. 하지만 드라마 첫 촬영을 할 때는 아직도 떨립니다.”

최근 이어지는 연기 호평에도 들뜨지 않기로 했단다. “아이돌치고는 생각보다 잘한다는 건지, 진짜 배우로서 잘한다는 건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일단 연기를 시작했으니 아이돌이 아니라 배우 중에서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믿고 보는 배우, 믿고 듣는 가수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