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라면시장
작년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국내 라면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농심이 주춤한 사이 오뚜기가 약진했다. 30% 가까이 매출을 늘리며 농심과의 격차를 좁혔다. 농심의 점유율은 5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오뚜기 일으킨 ‘진짬뽕’

작년 국내 라면 시장 규모는 2조950억원이었다. 사상 최대다. 2013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2조원대로 올라섰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프리미엄급 중화풍 라면이 시장에 안착했고 찌개라면류 등의 신제품이 동시에 소비자들로부터 관심을 받은 결과란 분석이다.

춤추는 라면시장
지각변동을 일으킨 회사는 국내 2위 라면회사인 오뚜기다. 2015년 3800억원이었던 라면 부문 매출이 작년 4900억원으로 28.9% 급증했다. 라면시장 점유율도 2014년 18.3%에서 작년 23.2%로 4.9%포인트 높아졌다. 2015년 10월 출시된 ‘진짬뽕’이 출시 50일 만에 1000만개 판매를 돌파하더니 작년 한 해만 1억5000만개가 팔렸다. 지금까지 판매된 라면은 모두 1억9800만개로 2억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진짬뽕 출시 전 18~19%에서 맴돌던 오뚜기의 월간 시장 점유율은 작년 12월엔 25%까지 치고 올라왔다. 브랜드 점유율도 4.5%(7위)로 농심 ‘짜왕’(2.1%·10위)의 두 배를 웃돈다.

춤추는 라면시장
작년 5월엔 ‘볶음진짬뽕’도 내놓으면서 국물 없는 짬뽕라면 시장도 선점했다. 라면 매출이 크게 늘면서 오뚜기는 작년 처음으로 매출 2조원(연결기준 2조106억원) 회사가 됐다. 오뚜기 관계자는 “오랜 연구 끝에 내놓은 진짬뽕이 크게 인기를 끈 것이 매출 증가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흔들리는 농심 점유율

반면 견고했던 농심의 시장 점유율은 5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2014년 58.9%였던 농심의 시장 점유율은 작년 53.9%까지 내려왔다. 대표 제품인 ‘신라면’ 국내 매출이 4600억원, 4450억원, 4500억원으로 3년째 정체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신라면 브랜드 점유율이 작년엔 20% 밑으로(19.4%) 내려왔다.

또 ‘안성탕면’ ‘너구리’ ‘짜파게티’ 등 농심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제품들의 점유율이 2015년보다 모두 떨어졌다. 농심의 대표 짬뽕라면 메뉴인 ‘오징어짬뽕’은 아예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중화풍 라면의 유행을 이끌었던 ‘짜왕’의 점유율은 떨어졌지만 작년에 나온 ‘보글보글 부대찌개면’ ‘콩나물 뚝배기’ 등의 신제품들이 그 공백을 메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농심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는 시장 점유율이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며 “해외에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4위 팔도는 작년 가격 변동 없이 중량만 20% 늘려 내놓은 ‘팔도비빔면 1.2’ 한정판이 50일 만에 1000만개가 완판되는 등 반짝 인기를 얻으면서 3위 삼양식품과의 점유율 차이를 2%포인트까지 좁혔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