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위암 조기 발견하면 97%는 완치 가능"
“위암은 초기단계에서 자각 증세가 별로 없기 때문에 이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아온 환자들은 이미 암이 꽤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조기에 발견만 하면 97%는 완치 가능한데 말이죠. 정기적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중요합니다.”

위암은 맵고 짠 음식을 즐기는 한국인에게 많은 암이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한국인이 잘 걸리는 암 중에서 위암은 갑상샘암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남성 기준으로는 가장 많다. 김병식 서울아산병원 위장관외과 교수(사진)는 “다행히 국가가 정기 건강검진을 장려하면서 조기 발견이 늘어나 치료율이 올라가고 있다”며 “위암 수술도 암치료에만 그치지 않고 수술 이후의 기능 회복을 극대화하는 연구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복강경 위절제술의 대가다. 메스로 배를 가르는 개복술 대신 작은 구멍을 뚫은 다음 수술기구를 집어넣어 위를 잘라낸다. 개복술보다 흉터가 덜 하고 합병증도 적다. 그가 여태껏 집도한 복강경 위절제술만 7500건이 넘는다. 세계에서 가장 많다. 그와 수술을 함께 했던 간호사 가족들이 위암에 걸리면 김 교수의 수술을 고집한다고 할 정도로 그의 ‘손’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 6년 동안 교육부원장을 지냈던 김 교수는 지난해 12월 외과과장을 맡아 서울아산병원의 외과수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에게 위암의 발병 원인과 치료법, 예방법 등에 대해 물어봤다.

▷위암은 짜게 먹는 것과 관련 있나.

“위암에 걸리는 직접적인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짜게 먹는 식습관, 높은 헬리코박터균 감염률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연구자 대다수는 위암이 고염식과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데 동의한다. 위암 발생률이 가장 높은 한국이나 일본 사람들은 염분 섭취가 많다. 음식 맛을 내는 기본이 간장과 된장이기 때문이다. 과거 냉장고가 대중화되기 전 서양에서도 염장으로 음식을 보관했기 때문에 위암 발생이 많았다는 기록이 있다.”

▷짜게 먹는 습관을 고치면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나.

“기본적으로 저염식을 하고 탄 고기는 안 먹는 식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하지만 예방보다도 중요한 게 조기 발견이다. 40세부터 정기적으로 위 내시경 검사를 통해 검진을 받아야 한다. 암에 걸리더라도 조기에 발견해야 치료율도 높고 효과도 좋다. 직계 가족 중에 위암에 걸린 사람이 많으면 30대부터 해마다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검사를 안 하다가 위암이 진행된 후에 치료를 하려면 검사비보다 치료비가 훨씬 많이 든다. 검사비가 결코 비싼 게 아니다.”

▷위암은 반드시 수술로 치료해야 하나.

“위암은 방사선 치료도 효과가 크지 않고, 잘 듣는 항암제도 없다. 현재로서는 암세포가 전이된 부분을 직접 도려내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과거에는 치료에만 초점이 맞춰져 암이 전이된 부분을 크게 잘라냈다. 지금은 조기 발견이 많아지면서 수술해야 하는 부위가 작아지고 있다. 수술 후에도 이전처럼 생활할 수 있도록 절제 부분을 최소화하면서 확실하게 치료하는 수술법을 연구하고 있다.”

▷수술 후 원래처럼 음식을 먹을 수 있나.

“수술 후 기능이 회복되기까지는 위의 기능에 맞게 음식을 조절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6개월을 기준으로 환자에게 식이교육을 한다. 이걸 잘 지키면 보통 수술 1년 뒤쯤에 원래의 수준에 가깝게 기능이 회복할 수 있다. 물론 위암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맵고 짠 음식, 기름진 음식 등 위에 부담이 되는 음식은 자제하는 게 좋다.”

▷수술 후 상태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

“위암 수술 트렌드가 수술 후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수술 후 삶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마땅한 도구가 없었다. 환자들과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상태를 묻는 정도였다. ‘객관적인 평가 도구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10년 넘게 위암 수술을 한 환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의료통계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객관적인 평가 도구를 만들 계획이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