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데이터 가치' 달라진다
양승준 < 아이디케이스퀘어드 대표 >
![[한경 BIZ School]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데이터 가치' 달라진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702/AA.13260785.1.jpg)
1. 당신은 10초 후에도 이 기사를 계속 읽고 있을 것이다.
2. 당신은 향후 70년 안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게 될 것이다.
3. 올해 당신의 수입은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10초쯤 흘렀으니 첫 번째 예측은 이미 실현됐겠다. 하지만 왠지 개운치 않은 느낌이 든다. 위 예측들이 모두 뻔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주장이 뻔하다는 건 해당 메시지에 정보량이 적다는 뜻이다. 어떤 사실 또는 메시지에 담겨 있는 정보량의 크기를 엔트로피(entropy)란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한경 BIZ School]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데이터 가치' 달라진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702/01.13267754.1.jpg)
엔트로피(정보량) 개념을 피플 애널리틱스 맥락에서 살펴보자. 아래 (가)와 (나) 두 가지 종류의 분석 결과가 있다고 하자.
(가) 작년 여자 영업사원의 평균 매출이 남자 영업사원 평균 매출의 80% 정도였다.
(나) 작년 가을에 신규 출시한 탈모 치료제의 경우 연구소 출신 여자 영업직원의 매출이 다른 직원들 평균 매출의 350%에 달했다.
(가) 평균 직원 나이가 상위 10%에 속하는 매장들의 평균 인건비 지출이 전체 매장 평균 인건비 지출액보다 20% 높았다.
(나) 50세 이상인 직원이 있는 매장은 그렇지 않은 매장과 비교해 매출은 15%, 고객 만족도는 25% 높았다.
(가)의 사실들은 몰랐던 것일 수도 있지만 정보량이 적은 메시지다. 올해의 경영환경이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수치가 나올 것이라고 높은 확률로 추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나)의 사실들은 뻔하지 않고(정보량도 큰) 쓸모있는 메시지다. 신규 출시한 상품을 많이 팔 수 있는 방법이나 매장의 매출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우리가 모를 뿐이지) 굉장히 많을 것이다. 그런 무수한 가능성(경우의 수) 중에서 과거 데이터를 통해 발견한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사실(패턴)은 미래의 높은 불확실성을 줄여줄 수 있다.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사실에 대해 언급한 (나)의 내용들은 단순히 데이터를 평균으로 요약해 표현한 (가)와 비교해 정보량이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피플 애널리틱스를 실무에 적용하려면 시간과 돈이 든다. 회사에서 시간과 돈이 들어가는 일은 투자수익률(ROI)로 증명해야 한다. 그림(1)은 데이터에서 뻔하지 않고 쓸모있는 패턴을 찾아 피플 애널리틱스의 가치를 증명하는 과정을 표로 정리한 것이다.
물론 피플 애널리틱스의 가치가 항상 돈으로 환산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예를 들면 지인들에게 우리 회사 입사를 적극 추천하겠다는 내부 직원의 비율이 3%였다고 하자. 해당 지표(eNPS라고 함)를 개선하는 것이 의미있고 중요한 비즈니스 문제라는 합의가 조직 내에서 이뤄질 수 있다면 eNPS 지표를 개선하는 것으로 피플 애널리틱스의 ROI를 증명할 수도 있다.
![[한경 BIZ School]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데이터 가치' 달라진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702/AA.13265243.1.jpg)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 보면 릴리퍼트란 소인국에서 정부 관료를 선발하는 대목이 있다. 이곳에서는 가장 높은 외줄을 탄 사람이 관직에 오르게 되는데, 꼭 취업하고자 하는 절박함에 외줄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기도 한다. 자신이 실제 할 일과 전혀 무관한 일을 잘해야 선발되고 승진되는 구조다.
사람들은 설명하지 못하는 대상을 두려워한다. 대상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경우 이야기(서사)로 설명해 두려움을 없애려 한다. 피플 애널리틱스는 단편적 일화나 사장님의 인사 철학과 같은 주관적 서사 대신 사실과 증거로 직원과 일(성과)에 대해 설명하는 일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막연한 느낌이나 주관적 경험에 의존해 직원과 관련한 주요 의사결정을 내려왔다. 서커스단을 꾸릴 게 아니라면 직원들의 줄타기 능력은 중요치 않다. 우리가 증거 없는 믿음을 신앙이라 부르듯이 이제 맹목적인 믿음을 떨쳐내고 ‘신뢰하고 공감할 수 있는 증거와 사실’에 기반해 직원과 관련한 주요 문제들에 대해 균형 잡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피플 애널리틱스에는 시간과 돈이 든다. 하지만 데이터에서 성과를 예측하는 패턴을 발견해 조직 내에서 공유하고 활용하도록 하는 일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양승준 < 아이디케이스퀘어드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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