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0),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53),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56)이 12일 특검에 구속됐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2시께 이들 3명에 대해 직권남용과 위증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출범 43일차를 맞은 박영수 특검팀이 이날까지 구속한 피의자는 모두 6명이다. 대기업 총수를 비롯해 앞으로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관련자가 줄소환될 예정이어서 구속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피의자의 사회적 지위나 범죄 혐의 등을 감안할 때 특검이 긴급체포와 구속영장 청구라는 ‘칼날’을 남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검은 지난달 28일 오전 2시께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31일 오전 6시께 류철균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를 긴급체포한 뒤 영장을 발부받아 구속했다. 현직 판사 A씨는 이에 대해 “특검이 긴급체포 요건을 제대로 따지지 않는 것 같다”며 “나중에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릴 여지가 있다”고 했다.
긴급체포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의자가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인멸·도주의 우려가 있을 때만 할 수 있다. 법무부 훈령인 ‘인권보호수사준칙’에도 긴급체포는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해 예외적으로 하고, 자백을 강요하기 위한 수단으로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현직 부부장검사인 B씨는 “검찰은 통상 조사를 받는 피의자가 자살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면 긴급체포한다”며 “류 교수 등의 사례는 무리한 긴급체포라고 본다”고 말했다. 특검은 최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학점 특혜를 준 류 교수에게 업무방해와 증거위조교사, 사문서위조교사, 위조사문서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다섯 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촛불민심’에 휘둘린 법원이 “일단 영장을 발부하고 보자”는 식으로 대응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과거 사례로 보면 직권남용이나 위증죄 혐의로 구속되는 일은 거의 없다”며 “전직 장관이나 교수처럼 사회적 지위가 있으면 도주 가능성도 낮기 때문에 더욱 구속영장을 받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했으면 기각될 영장 청구도 특검이 하니까 발부되는 것 같다”며 “법원이 여론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