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발효의 저편 - 김진돈(1960~ )
감나무도 떠날 채비를 하는 듯 잎을 떨구는 계절을 건너고 있습니다. 올 한 해 어떤 이는 살아가는 동안 길을 헤매기도 했을 테고,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며 수평을 잃고 기울어진 이도 있었을 테지요. 그러는 동안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상처와 고통이 잘 발효된 옹이가 생겼을 것 같습니다. 저편, 새해의 빛 속으로 건너가기 전에 더 단단하게 아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곧 마음을 수평으로 고르며 지도 한 장 펼쳐 두고 가보지 않은 길을 떠날 채비를 서둘러야 할 때입니다.

김민율 < 시인 (2015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