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경제를 뒤흔든 ‘블랙스완’이 내년에는 ‘그레이 스완’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블랙스완은 일어날 확률은 매우 낮지만 한번 발생하면 경제와 금융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주는 요소를 의미한다. 올해에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이 블랙스완으로 등장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그레이 스완은 알려진 상황이지만 뚜렷한 해결 방법이 없어 지속적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건을 말한다.

노무라증권은 9일 내년에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을 키울 10대 그레이 스완을 선정해 발표했다. 가장 먼저 러시아발(發) 지정학적 위험성을 지적했다. 러시아는 2년 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하면서 군사력을 키우고 있다. 미국 생산성의 급격한 증가 가능성 역시 리스크로 꼽았다. 트럼프가 재정부양책을 통해 생산성까지 끌어올린다면 금리 인상을 기존 예상보다 가속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중앙은행(Fed)과 트럼프의 갈등도 미국 대선이 가져온 새로운 그레이 스완이다.

중국의 변동환율제 시행 가능성과 신흥시장의 자본 통제력 상실도 시장을 불안정하게 할 요인으로 지목했다. 중국에서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가면 외환당국은 변동환율제를 서둘러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들은 위안화 약세에 대비해야 한다고 노무라는 경고했다. 또 트럼프 당선으로 강(强)달러 기조가 이어진다면 신흥국의 자본 유출이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

브렉시트의 무산 가능성도 대비해야 할 위험으로 들었다. 영국이 브렉시트 결정을 뒤집고 EU 잔류로 방향을 튼다면 금융시장이 또다시 요동칠 수 있다.

노무라는 이 밖에 △일본의 물가상승 △금융 지급결제 청산거래소의 리스크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 효과 약화 △현금의 종말을 대비해야 할 그레이 스완으로 꼽았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