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TV 부동산 전문가 현장진단] 전은성 세종국토개발 대표 "1순위 자격 이어 대출 문턱도 높아져 뜨는 지역 '묻어가기 투자' 신중해야"
부동산시장이 활황일 때 분양권시장이 가장 빠르게 달아오르는 이유는 소액으로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등기를 필요로 하는 물권이 아니라 입주할 수 있는 자격에 대한 청구권, 즉 채권적 성격을 띠고 있어 취득할 때 등기비용 등이 들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손쉽게 손바꿈을 할 수 있는 ‘권리이전’ 덕분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부동산이 상승기에 접어들면 사업계획과 실행이 앞당겨지고 기존 택지들도 대거 매각되면서 주택 공급이 늘어난다. 시장에선 경쟁이 과열되고 공급자들은 광고비 등 부대비용을 늘리면서 분양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이때 우리가 주의해야 할 대목은 쏟아지는 물량을 서로 주고받는 데에만 관심을 둬 실질적으로 공급량이 과다했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미래 공급 물량 과다에 대한 우려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어떤 기업이든 재고가 과도하게 쌓이기 전까지 생산과 공급을 지속한다. 주택도 마찬가지로 재고가 발생할 때까지 공급을 계속한다. 이런 재고들은 곧 할인물량으로 쏟아진다. 할인하는 시기와 부동산시장 위축기가 맞물릴 경우 미분양 물량은 부동산 상승을 이끌었을 때와는 반대로 가격을 떨어뜨리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실질적으로 입주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미분양 물건이 남아 있게 되면 분양권이라는 채권은 성격이 바뀐다. 그동안 가격 상승에 힘입어 인기가 높았던 분양권의 프리미엄은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 3일 정부는 부동산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형성을 통한 주택시장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11·3 대책’에서 정부는 서민 중산층의 주거 안정과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라는 목표를 두고 과열된 부동산시장에 보다 선별적이고 단계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의도를 나타냈다.

부동산은 심리적인 측면이 크게 작용한다. 불법 전매, 다운계약서 작성, 청약통장 매매 등 분양권 거래 전반에 대해 단속이나 점검을 하게 되면 시장 위축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서울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매도자들은 호가를 낮추기 시작했고, 거래량은 현격히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대내외 악재도 산재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급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시장의 냉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때일수록 ‘부동산불패’라는 강한 사회적 믿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대내외 상황이 불안할수록 시중자금은 안전자산에 더욱 몰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투자시장의 거래 물건들은 앞으로 현격하게 변화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기침체기에는 사치품 수요가 줄기 마련이다. 정부가 대형 가전제품이나 고급 자동차 등의 특별소비세를 인하하는 것도 경기가 좋지 않다는 방증이다. 이 시기엔 상대적으로 필수재가 꾸준한 관심을 받는다.

그렇다면 지금 부동산시장의 필수품은 무엇일까. 현재 새 아파트 분양권 가격은 기존 아파트 가격과 큰 차이를 보인다. 분양권의 거래량과 형태를 보더라도 실수요자가 아니라 가수요자가 계속 이어받는 구조라고 판단한다. 입주할 수 있는 가격보다 차익에만 집중하는 셈이다.

따라서 사용 용도의 편의성에 비해 저평가된 기존 아파트 가격이 실수요자 시장으로 재편되면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수익률이 나오는 역세권의 소형 주택들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가격 상승폭이 컸던 소형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구입하는 식의 투자는 줄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엔 특정 지역을 누르면 다른 곳이 튀어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11·3 대책’과 더불어 서울 강남권 및 경기 주요 지역의 분양권 전매가 사실상 금지되면서 다른 지역의 분양권 가격이 상승하리라고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앞으로 부동산시장에서 거래되는 물건은 철저히 실수요자 중심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