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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청사는 매일 '무두절(無頭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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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달 이상 넋 놓은 공무원들
    공문서마저 오·탈자 투성이

    AI 비상인데…방역당국 간부는 조퇴 후 '술판'

    장관들 세종엔 월 3~4일
    당·정·청 정책 논의 '실종'
    기강 해이에 사고만 속출
    세종청사는 매일 '무두절(無頭節)'
    25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주차장. 주차난으로 유명한 이곳은 오전 9시7분이 돼서야 만차가 됐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8시30분을 넘기면 주차할 자리가 없던 곳이다. 이날 오후 4시24분부터 6시23분까지 오송발(發) 서울행 KTX 열차 네 편은 오전에 일찌감치 자리가 매진됐다.

    세종관가는 ‘개점휴업’ 중이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사실상 부재하니, 장·차관이나 고위 간부들은 붕 떠 있다. 업무 지시가 없으니 일선 공무원은 일손을 놓고 있다. 한 공무원은 “최순실 사태가 터진 뒤 한 달 넘도록 ‘무두절(無頭節·상사 없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며 “세종시 전체가 휴가 중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사무실에 멍하니 앉아 있거나, 복도로 나와 삼삼오오 모여 수군거리는 모습은 정부세종청사 어디서나 쉽게 눈에 띈다.

    장관들은 최순실 사태 이후 세종에서 사라졌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지막으로 세종을 찾은 건 지난달 17일이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한 달간 사흘 세종에서 업무를 봤고, 조경규 환경부 장관은 나흘 머물렀다.

    리더가 공백이니 업무가 될 리 없다. 한 국장급 간부는 “처음에는 최순실 쇼크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던 공무원들이 지금은 아예 ‘정신줄’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각 부처가 내는 정책 보도자료에 그대로 나타난다. 공식 문서임에도 오·탈자가 수두룩하고, 심지어 통계 숫자가 틀린 경우도 있다. “나라가 어지러울수록 공무원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선배 관료들의 조언이 무색할 뿐이다.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만들어야 할 기획재정부는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당해 일할 문서조차 빼앗겼다. 기재부 정책조정국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서에까지 검찰이 들이닥쳐 모든 문서를 통째로 가져갔다”며 “그동안 준비한 서류들이 사라져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뿐”이라고 말했다.

    정치 혼돈이 장기화되면서 일상적인 정책 통로마저 막혔다. 당·정·청으로 이어지는 정책협의라인이 끊긴 지는 오래다. 지난 9월21일 쌀값 대책을 논의한 뒤로 석 달 넘게 열리지 않고 있다. 장·차관은 물론 실·국장 간부들의 지시는 없고, 당·청의 주문조차 사라진 상태에서 공무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하릴없이 시간만 보내는 ‘무두절’이 지속되다 보니 관료들의 기강도 해이해지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 11일 ‘2016년 3분기 해외 직접투자 동향’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첫 장에서 오타가 대거 등장했다. 3분기를 6~9월로 오기하는가 하면, 2분기 해외 직접투자 신고액 116억6000만달러를 11억6000만달러로 적어 놓았다. 경제정책에 영향을 주는 거시지표 숫자가 틀렸는데도, 사무관-과장-국장-대변인실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아무도 몰랐다는 얘기다.

    기재부가 12월 중순께 발표할 예정인 새해 경제정책 방향도 준비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 내부에서조차 제때 발표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알맹이 있는 내용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다음달 초 예정된 무역투자진흥회의는 준비 부족으로 연기가 불가피하다.

    다른 부처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정부와 농가에 비상이 걸린 지난 18일엔 방역당국인 농림축산식품부의 고위 관계자가 일과 시간에 조퇴한 뒤 ‘술판’을 벌이다 문제가 되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에너지와 통상 쪽 외에는 업무가 사실상 마비된 상태”라고 전했다. 대부분 부처의 업무가 ‘최순실 사태’와 엮이면서 정책 표류는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세종=김재후/오형주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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