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퇴진 전제 추천 수용못해…총리 권한 입장변화 없다"
박 대통령, 22일 국무회의 불참…피의자 신분 고려 '자숙모드'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 추천 총리 카드’가 여전히 유효하냐는 질문에 “야당은 대통령이 제안한 것과 다른 뜻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조건이 좀 달라졌으니까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또 취재진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야당 주장에 일관성이 없으니 우리로서는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뜻이라며 “박 대통령의 정세균 국회의장 방문 시 총리권한에 대해 하신 말씀에 입장 변화가 없다. 야당과 대화를 통해 풀어 가야 한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8일 정 의장에게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총리에 좋은 분을 추천해 주신다면 그분을 총리로 임명해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런데 지금 야당에서 논의되고 있는 국회 추천 총리는 대통령 퇴진 또는 임기 단축을 전제한 것인데 그것을 어떻게 받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대통령 임기 보장과 총리에게 실질적인 권한 보장이라는 당초 ‘원안’을 놓고 야당 측과 협의할 수 있지만 퇴진·탄핵을 전제로 한 총리 후보는 수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청와대가 국회 추천 총리에 대한 거부 의사를 보인 것은 탄핵 국면에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카드’가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황 총리는 공안검사 출신으로 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내며 통합진보당 해산을 이끌었고, 야권 공세에 흔들리지 않고 단호하게 대응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탄핵안이 가결되면 황 총리가 권한대행을 맡는 상황까지 고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22일 국무회의에 불참키로 했다. 대신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회의를 주재토록 했다. 박 대통령은 당초 국정 복귀 행보 차원에서 회의 주재를 검토했지만 검찰 수사 결과 발표로 ‘피의자’ 신분으로 바뀐 만큼 국민 여론을 감안한 자숙 모드를 선택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은 특검은 특검대로 받으면서 동시에 기본적인 국정은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야당이 추천한 특검을 임명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특검 수용 생각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