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예비 경제팀에서 정책 우선순위를 놓고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호무역주의라는 ‘대외 채찍’을 먼저 드느냐, 아니면 감세와 규제 완화라는 ‘국내 당근’을 우선 풀 것이냐가 쟁점이다.
정책 우선순위 놓고 갈라진 트럼프 경제팀
◆정책 우선순위 놓고 대립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경제팀의 ‘내분’이 무역적자를 보는 상반된 시각에서 비롯된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쪽은 선거공약대로 미국 내 일자리를 지키고, 중산층 소득을 늘리려면 불공정 교역국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해외로 공장을 이전한 미국 기업에 세금을 매기는 등의 채찍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당선자의 선임경제자문인 데이비드 말패스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미국 중소기업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이유로 재협상을 지지하고 있다. 피터 나바로 캘리포니아대 교수도 강력한 대(對)중 무역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다른 한쪽에선 대폭적인 감세와 규제 완화 등 전통적인 공화당의 경제정책을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교역국과의 통상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는 보호무역주의보다 미국이 비즈니스를 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자는 선거캠프 합류 후 입장을 바꾸긴 했지만 인디애나 주지사 시절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지지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고 맹비난했다. 취임 후 TPP 폐기, NAFTA 재협상, 한·미 FTA 재협상 등을 내걸었다.

WSJ는 그러나 트럼프 당선자가 경제팀 내 두 주장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 결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자의 또 다른 경제자문역으로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하는 스티븐 무어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양쪽이 균형점을 찾을 것”이라면서도 “우선순위가 어떻게 정리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인선 결과에 달렸다

조만간 발표될 경제부처 장관과 국가경제위원회(NEC) 및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의 인선 결과에 따라 어느 정책에 힘이 실릴지 결론 날 전망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경제팀 윤곽을 보면 대외 강경론자가 우세하다.

WSJ는 골드만삭스 임원 출신으로 선거캠프 재무위원장을 맡았던 스티븐 므누신과 젭 헨설링 하원의원으로 재무장관 후보가 압축됐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교역 상대국과의 강력한 무역협상을 지지하는 므누신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헨설링 의원은 금융 전문가지만 당선자의 무역정책에 반대하지 않아 내각과 의회 양쪽에서 활용 가치가 높다고 WSJ는 덧붙였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윌버 로스는 상무부 장관으로 거론된다. 로스 역시 자유무역에 비판적인 인물이다. 그는 지난 8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공짜점심이 없는 것처럼 자유무역에서는 누군가 이기고, 다른 누군가는 잃는다”며 “미국은 자신이 만든 어리석은 무역협정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수장으로 유력한 댄 디미코는 철강회사 누코의 회장 출신으로 역시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찬성론자다.

전문가들은 무역적자를 누가 이기고, 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스코어카드로 인식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CNBC의 경제평론가 로런스 쿠들로는 “무역적자는 단순히 자본 흐름을 보여줄 뿐”이라며 “누가 경제적 이득을 취했는지 보여주는 지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