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6] "보잉, 우수직원 출신 대학에 인턴십 제공해 인재 선점"
글로벌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은 독특한 채용 시스템을 갖고 있다. 대학 4곳에 직원 교육을 ‘아웃소싱’하는 시스템이다. 그동안 가장 높은 성과를 낸 엔지니어들의 특성을 오랫동안 분석해 그들의 출신 대학과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잉은 해당 대학에 인턴십을 제공하고 대학은 필요한 인재를 훈련시켜준다. 제이슨 티스코 미국상공회의소재단 교육인력센터 소장은 3일 이 같은 개념을 기업의 ‘인적자원 공급망(파이프라인)’ 관리라고 설명했다.

‘21세기고용과 글로벌 인재양성’을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에서는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이 빚어낸 4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 근로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두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연사들은 산업현장의 자동화가 빨라질수록 저학력·저숙련 근로자에 대한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창의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고학력·고숙련 근로자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티스코 소장은 “직능이 빠르게 변하지 않고 장기고용하던 과거엔 고용주가 직원을 뽑아 오랫동안 훈련을 시켰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젊은 층은 과거에 비해 교육에 더 오랜 시간을 투자하는데 고용주는 더 빠른 사이클로 고용하고 싶어한다”며 이런 격차를 해소하면서 유연한 인재 공급이 가능하도록 기업과 교육기관 간 파이프라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재 양성을 적극적으로 아웃소싱하자는 주장이다. “기업들이 서플라이 체인(공급 사슬망)을 직접 관리하면서 협력업체가 납품하는 자재와 서비스 질을 끌어올린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얘기다.

윌리엄 베이츠 미국 경쟁력위원회 부위원장은 지식과 기술에 기반한 신(新)경제가 도래하면서 기업이 원하는 인재와 노동시장이 제공하는 인재 사이의 불일치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새로운 일자리는 지식기반산업에서 대부분 나올 것”이라며 “과학자이면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두 개 이상 외국어를 하는 엔지니어, 소프트웨어 코딩을 할 줄 아는 소설 작가처럼 ‘뛰면서 저글링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주도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선진국 경제가 장기 침체에 접어들면서 시간근로제, 계약근로제 등 다양한 고용 형태가 늘어난 만큼 정규직 고용 형태에 토대를 둔 기존 사회보장제도의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레몽 토레 국제노동기구(ILO) 국제노동동향연구소 소장은 “정규직 일자리를 중심에 놓고 짠 기존 사회복지, 직업훈련, 교육제도만으론 사회를 유지하기 힘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유형의 근로자를 포괄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만들고 저숙련 노동자들에 대한 직업훈련과 평생교육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