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튼·컬럼비아 출신도 각 3명
IB·컨설팅 업계 경력자 '절반' 회계사 20%·변호사 9% 달해
"PEF 운용은 종합예술"
저평가 기업 골라 가치 극대화
안목과 능력만으로 '대박' 가능…최고 인재들 도전정신 자극

한 토종 PEF 대표는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에서도 가장 잘나가는 컨설턴트였다. 회사에 남아 있었더라면 대표 자리를 노릴 수 있었고, 대기업으로 옮겨도 고위 임원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하지만 그는 뜻이 맞는 동료들과 창업을 택했다. “기업 인수합병(M&A)부터 경영 전략 수립, 실행까지 모두 총괄하는 사모펀드 운용역은 연봉에 관계없이 도전해 보고 싶은 매력적인 직업”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투자은행(IB) 뱅커, 컨설턴트, 변호사, 회계사 등 IB업계를 경험한 전문직이라면 대부분 ‘언젠가 한번은 사모펀드 운용사를 차리겠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업계 최고 엘리트들의 집결지

다니던 직장도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곳이었다. 사모펀드 대표들이 다닌 첫 직장은 IB와 컨설팅회사가 각각 11명(24%)으로 가장 많았다. 사모펀드 투자는 M&A 등 숫자를 다루는 일과 경영 전략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일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IB업계와 컨설팅업계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회계사나 변호사로 IB업계에서 일하다 사모펀드업계에 뛰어든 사람도 많았다. 법률 및 재무 자문으로 M&A 과정을 지켜보다가 사모펀드 투자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다. 조사 대상 46명 중 회계사 출신은 9명(20%), 변호사 출신은 4명(9%)이었다. 회계사 중에서는 삼정KPMG 출신이 4명으로 가장 많았고 삼일회계법인 3명, 딜로이트안진 2명 등 모두 ‘빅4’ 회계법인 출신이었다. 변호사도 4명 중 3명은 김앤장 출신이었다. VIG파트너스를 이끌고 있는 박병무 대표와 김광일 MBK파트너스 대표가 김앤장에서 M&A 경험을 쌓고 사모펀드업계에 뛰어든 대표적인 인물이다.
컨설턴트 출신 11명 중에서는 맥킨지 출신이 6명으로 가장 많았다. 임형석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전무, 안상균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대표, 이상훈 AEP 한국 대표 등이다. 베인앤컴퍼니(2명) 보스턴컨설팅그룹(1명) 등 소위 ‘빅3’ 컨설팅회사 출신이 80%를 넘었다. 각 업계에서도 최고 수준의 인재들만 PEF업계에 입성하는 셈이다.
◆운용역은 ‘오케스트라 지휘자’
사모펀드업계에 국내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드는 이유는 첨단 금융과 경영 기법이 총망라된 사모펀드 업무의 ‘종합예술적’인 성격 때문이다. 사모펀드 운용역들은 저평가된 좋은 회사를 발굴한 뒤 인수를 성사시켜야 하고, 최선의 경영 전략을 수립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 이후 가장 많은 값을 쳐주는 원매자를 찾아 기업을 되파는 일까지 전문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 업무가 없다. 한 외국계 사모펀드 파트너는 “그래서 사모펀드 운용역을 모든 악기의 특성을 이해하면서도 전체를 이끌 수 있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에 비교할 때가 많다”고 전했다.
전문성과 경험을 모두 갖춰야 하다 보니 첫 직장부터 사모펀드에 입성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조사 대상 46명 중 다른 사모펀드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이 35%(16명)에 달했다. 대기업이나 로펌에서 일하다가 IB에서 경험을 쌓고 사모펀드업계로 입성한 사람도 많았다. 사모펀드 파트너들의 평균 나이는 48세였다.
유창재/이동훈/김태호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