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정민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25일 1년2개월 만에 재차 국민에게 사과하고 그룹 경영 쇄신안을 발표했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 비리 검찰 수사와 관련해 주요 계열사 대표 23명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이후 '준법경영위원회(Compliance Committee)' 설치·경영 패러다임 전환·정책본부 축소 개편·향후 5년간 40조원 투자 등을 골자로 한 경영 쇄신안을 발표했다.

○ 신동빈 회장 10분간 기자회견…두 차례 고개 숙여
신동빈, 대국민사과…"사회 가치에 부합하는 좋은기업으로 롯데 쇄신"
신 회장은 지난해 8월 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 대국민 사과한 자리에서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신 회장은 "롯데에 대한 지적과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깊이 고민했다"며 "국민의 기대와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는 새로운 롯데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짙은 회색 정장 차림으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2층 크리스탈볼룸에 들어섰다.

발표문을 읽기 앞서 신 회장은 황각규 운영실장(사장), 소진세 대외협력단장(사장) 등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대표 23명과 함께 90도로 고개를 숙여 사과의 뜻을 전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검찰수사로 다시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약 10분간 진행된 회견의 말미에 다시 고개를 90도로 숙여 사과한 후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신 회장은 이날 여느 때와 같이 출근한 후 발표장에 나섰고, 이후에도 정상적으로 업무를 볼 예정이라고 롯데 관계자는 전했다.

○ 롯데, 준법경영위원회 설치·경영 목표 수정…"좋은 기업 되겠다"

롯데그룹은 쇄신을 통해 준법경영 체계를 정착시키고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는 경영 방침을 세우기로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이에 신 회장 직속으로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준법경영위원회를 신설한다. 경영권 분쟁을 말미암아 신설한 투명경영위원회와 함께 준법경영 체계 정착을 위해 운영할 예정이다.

외형 확대에 치중한 경영 전략을 바꾸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에 '2020년 매출 200조원 달성·아시아 톱 10 그룹 도약'이란 경영 목표를 수정한다.

신 회장은 "철학과 전략의 방향을 바꾸겠다"며 "성장전략을 양적 성장 방식에서 사회와 산업 생태계를 고려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
국민의 기대와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는 좋은 기업이 되는데 주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부터 추진한 투명한 지배구조 성립에 더해 그룹 정책본부 쇄신안도 내놨다. 정책본부는 계열사를 지원하는 역할 중심으로 조직을 축소 재편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계열사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실행하는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며 "전문 경영인이 그룹과 계열사를 책임지고 미래를 이끌어가도록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호텔롯데의 상장 재추진 의지도 재차 밝혔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 이후 세 번째 의지 표명이다.

그는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기업을 공개해 주주구성을 다양화, 글로벌 기업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며 "호텔과 면세사업에 적극적으로 재투자해 경쟁력을 키우고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향후 투자와 고용 확대를 통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한다는 계획이다.

신 회장은 "향후 5년간 40조원을 투자하고, 7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며 "3년 동안 1만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사진 =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영상 = 김광순 한경닷컴 기자 gasi012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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