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에 '리앤구아트' 설립…'실험적 사업'에 미술계 주목
이학준 전 서울옥션 대표(51)와 구삼본 93뮤지움 관장(61)이 최근 공동 창업한 미술품 투자전문회사 ‘리앤구아트’가 담당하는 주요 업무다. 4일 서울 서초동에 사무실과 전시장을 마련하고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리앤구아트는 국내 최초의 미술품 투자와 컨설팅 전문 회사다. 미술품 컬렉터들이 요구하는 작품 구입부터 전시, 판매, 경매, 수출에 이르기까지 그림 투자를 컨설팅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미술시장의 기관투자가’다.
국내 미술시장에 작품 전시기획 위주의 아트컴퍼니는 많지만 미술품 투자를 전문적으로 대행, 알선해주는 회사는 처음이다. 화랑의 전시 및 기획 기능과 경매 투자 대행을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실험적 미술 사업이어서 업계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림 상속·증여·컨설팅 등 ‘토털 서비스’
리앤구아트 직원은 공동대표 2명을 포함해 모두 5명. 이들의 업무는 상당히 독특하다. 고객에게 그림을 언제 얼마를 주고 어떤 방식으로 사서 얼마간 보유하다 어떤 식으로 팔아야 할지 조언한다. 미술품을 평가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어떤 작가 작품을 사두라’고 추천하는 것은 물론 ‘이번 경매에 나온 어떤 작품에 얼마까지 입찰하라’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구입 대금 마련을 위한 금융구조 설계도 해주고, 작품 가격이 어느 정도 오르면 팔고 나오라는 출구전략까지 짜준다.
고가의 그림 이전을 위한 상속·증여 및 절세 전략도 당연히 포함된다. 이쯤 되면 소장을 목적으로 하는 미술품 구입 수준을 넘어선다.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자산이 아닌 부동산과 비슷한 대체투자에 가깝다.
◆미술계 투자 베테랑 두 명의 실험
미술계에서는 이학준·구삼본 공동대표의 새로운 미술투자 사업 실험에 주목하고 있다. 두 사람은 자타가 공인하는 미술품 투자 전문가다.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1990년 가나아트갤러리에 입사한 이 대표는 1998년 서울옥션 창립 멤버로 참여했고, 2008~2014년 서울옥션 대표를 지내며 국내 미술시장에 한 획을 그은 경영자로 평가받는다. 국내 최대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을 7년간 이끌면서 슈퍼리치 고객들에게 미술관에 버금가는 컬렉션을 꾸리도록 도움을 주며 명성을 얻었다. 지난 3월에는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시행한 제13회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구 대표 역시 1991년 서울 청담동에 갤러리 포커스를 설립해 25년 동안 화랑을 경영해온 베테랑 갤러리스트다. 인물화 컬렉션과 베트남 근현대 미술에 관심을 보여온 그는 2004년에는 파주 헤이리에 93뮤지움을 개관해 가족 미술관과 에로틱아트 전시장을 운영하며 한국미술감정협회 서양화 부문 감정이사로 활동해왔다.
구 대표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고가의 미술품이 대안 투자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며 “앞으로 리앤구아트는 단색화가 오세열 등 유망 작가의 글로벌 조명은 물론 ‘미니 미술품 투자은행’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02)537-2925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