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그림과 훌륭한 경영은
창조·열정·프로 정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닮았죠"
강 회장이 한국경제신문 창간 52주년을 맞아 3~21일 한경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창조경영을 그린다’를 주제로 풍경화와 인물화, 수채화 등 수작 30여점을 걸었다. 그는 “월급쟁이, 경영인, 화가로 이어지는 삼모작 인생은 창조경영과 회화의 상상력을 극대화해 삶과 예술을 일치시키는, 조화로운 세계로의 도전”이라며 “화가로서 그림을 그리면서 늘 새로운 창의적 에너지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GE코리아 근무시절 특별한 일이 없으면 퇴근 후 오후 8시부터 밤 1~2시까지 그림 작업에 몰입했다. 낮에는 경영에 몰두하고 밤이면 캔버스 앞에 앉아 ‘주경야화(晝經夜畵)’를 생활화했다. 일요일이면 유명 화가들과 버스를 타고 전국을 돌며 야외 스케치에 나섰다. 작고한 차일두 화백을 비롯해 박득순 초대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박기태 화백 등 수많은 중견·원로 화가와 친분을 맺고 서양화의 기본기를 다졌다.
그는 주로 풍경화를 그린다. 강 회장은 “틈만 나면 미국 유럽 아시아 등을 여행하며 정감 넘치는 장면을 화면에 풀어냈다”며 전시 작품의 이름과 스토리를 들려줬다.
“이건 중국 티베트자치구의 해발 4000m가 넘는 고원지대에 있는 구게왕국 유적지를 그린 것인데 천하의 절경 샹그릴라 같아 영국 소설가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이라 이름 붙였어요. 이것은 중국 윈난성에서 생활하는 23개 소수민족의 터전인 계단식 농장을 묘사했어요. 풍경도 아름답지만 계단식 농토에 매료돼 화폭에 담았습니다.”
그의 그림 이야기는 막힘 없이 이어졌다.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신의주, 백두산 천지, 고향 상주의 황금 들녁, 헬리콥터에서 스케치한 임진강변, 스페인 세고비아 유적지, 폴란드 크라쿠프 남쪽 비스와강 둔치에 있는 황토색 짙은 바벨성을 보세요. 풍경도 눈길을 끌지만 스토리가 있어 더 애착이 갑니다.” 그의 조형관은 이처럼 자연과의 교감이나 역사적 스토리텔링을 가슴으로 그린다.
강 회장이 그림에 매달리는 이유가 궁금했다. GE에서 활동할 때 미국 NBC 특별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는 앵커가 ‘미술과 경영이 전혀 다른데 어떻게 두 가지를 할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와 비슷한 대답을 내놓았다.
“경영이나 예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창조, 열정, 프로정신이 필요한데 기본정신은 같습니다. 기업 경영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다양한 아이디어와 지식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과정이죠. 잘 짜인 구도의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아요. 성공한 경영은 종합예술이고, 성공한 경영자는 훌륭한 예술가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그림이 한결같이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그린 부감법(俯瞰法)을 활용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02)360-423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