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석 브링유 대표가 원터치 삼각대 ‘풀리’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이민하 기자
김원석 브링유 대표가 원터치 삼각대 ‘풀리’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이민하 기자
도로에서 차가 갑자기 멈추면 운전자는 반드시 안전삼각대를 설치해야 한다. 달리는 차를 향해 도로를 거슬러 뒤로 100m를 걸어가야 한다. 밤에는 200m까지 걸어가 적색 불꽃신호기 등도 함께 세워야 한다. 설치 과정도 위험하지만 설치를 해도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 삼각대 등의 시인성(식별되는 성질)이 크지 않아서다. 브링유의 원터치 안전삼각대 ‘풀리’는 기존 안전삼각대의 단점을 크게 보완한 안전용품이다. 김원석 브링유 대표는 “풀리는 빛 반사력이 뛰어나 야간엔 200m 이상 뒤에서도 식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번에 설치…7배 더 잘 보여

안전용품 풀리는 영구자석이 달린 사각형 상자다. 안에는 접이식 우산 형태의 표시판이 들어 있다. 차 외부에 풀리를 붙이고 상자 뚜껑을 당기면 7초 만에 안전 우산이 펼쳐진다. 삼각대보다 커서 눈에도 잘 띈다. 야간 시인성은 기존 삼각대 대비 7배나 높다. 우산 표면에 빛 반사력이 뛰어난 나노 크기 유리알갱이를 입혀서다. 김 대표는 “구조는 단순하지만 관련 특허만 국내를 포함, 미국 일본 중국 등에 총 12개를 등록·출원했다”고 강조했다.

브링유는 풀리 개발 이전에 전자동식 안전표시기 등을 생산했다. 차 내부에 버튼을 누르면 LED(발광다이오드)를 장착한 우산이 자동으로 펼쳐지는 제품이었다.

◆‘9전 10기’ 도전

올해 38세가 된 김 대표는 성인이 된 이후 아홉 차례나 사업에 실패했다. 안전용품 풀리는 그의 열 번째 도전작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출신인 김 대표는 하는 사업마다 쓴맛을 봤다. 인터넷(VoIP) 전화부터 지하철 택배를 활용한 물류센터와 온라인 홈쇼핑, 보험 영업, 치킨 프랜차이즈 등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다. 성공의 기회를 잡기 위해 말레이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곳곳을 다녔다.

김 대표는 “20~30대 때 손대는 일마다 망했지만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짜로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풀리를 개발한 것은 자신이 겪은 사고 때문이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에서 밤 중에 차량이 고장났다가 트럭에 받히는 2차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삼각대를 설치했지만 2차 사고를 막지 못했다.

◆보험사 등에 5000개 판매

현행 도로교통법상 비상시 의무 안전용품은 삼각대뿐이다. 경광등과 불꽃섬광기 등은 보조용품으로만 쓸 수 있다. 정부는 1982년 만들어진 관련 규정을 통해 이르면 올해 말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삼각대를 100m 밖에 둬야 한다는 거리 규정 대신 확실하게 보여야 한다는 시인성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삼각대 외에 풀리 같은 다른 표시기도 안전용품으로 인정된다. 김 대표는 “관련법 개정을 위해 직접 수차례 민원을 넣고 실무적인 내용을 건의해왔다”고 설명했다. 브링유는 지난달부터 제품 양산에 들어갔다. 초기 물량 5000개는 보험사와 차량매매업체 등에 판매된다.

◆‘이달의 으뜸중기 제품’은 이메일(art@hankyung.com)로 신청받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홈페이지(event.hankyung.com)를 참조하세요.

◆이달의 으뜸중기 제품 △아이젠-국내 의료기기 인증 관장 비데 (02)581-1067 △브링유-7초 원터치 안전삼각대 PULLi (031)506-8689 △지비솔루션즈-수유등 루나스퀘어2 (02)717-9901 △엔퓨텍-자외선 살균기 퓨라이트 (031)744-4549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