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보다 싼 임대료 받고 베를린 본사에 입주 시켜
"혁신 능력 잃으면 끝장"…벤처 문화 '수혈' 의지


바이엘은 2009년부터 다양한 혁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바이엘의 화합물을 이용하는 연구진에 보조금을 주는 프로그램(그랜츠포인디케이션) 등이 대표적이다. 코래보레이터는 이보다 한 발 더 들어간 벤처 양성 모델이다. 입주한 스타트업은 바이엘에 성과를 보고할 의무가 없고, 기업공개(IPO) 때 바이엘에 투자 기회를 줘야 한다는 식의 ‘족쇄’를 달 일도 없다. 건물주(바이엘)에게 임차료만 내면 된다. 바이엘도 이들을 ‘세입자’라고 부른다.
코래보레이터 건물은 독립적인 단층 사무공간이다. 3년 이상의 장기 계약이 기본이다. 공용 실험실을 비롯해 냉동·냉장 및 살균시설, 회의실 등을 갖췄다. 바이엘의 각종 장비와 실험실, 전문가 네트워크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 ‘대기업의 특허 가로채기’ 같은 논란을 막기 위해 아예 전화선과 인터넷선은 바이엘 네트워크가 아니라 외부 업체 것을 쓴다. 린트너 총괄은 “바이엘도 지식재산권(IP)에 기반을 둔 회사이기 때문에 입주기업의 IP를 지켜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린트너 총괄은 “바이엘의 샘플을 입주 스타트업에서 가져다 쓰기도 하는 등 호혜적인 관계”라고 했다. 굳이 월 2000유로를 받는 것에 대해서는 “공짜로 뭔가를 나눠주는 관계로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입주 스타트업 가운데는 유망 기업이 꽤 많다. 이들이 언제든 바이엘 경쟁사 등에 회사를 넘긴다 해도 바이엘로선 이를 막을 권한이 없다. 요르크 크네블라인 바이엘 기술 스카우트 담당자는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라며 “경쟁사에 간다면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린트너 총괄은 “불과 5년 전에는 코래보레이터라든가 크라우드 소싱 같은 협업 모델은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 뭘 하겠다고 예측하는 것도 무리라고 생각한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함께 일하면서 즐거움을 찾는’ 모델을 계속 추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베를린=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