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토마토케첩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것은 1971년 오뚜기가 케첩을 생산하면서부터다. 케첩 소비량이 늘면서 정부는 1980년 소비자물가 대표품목에 케첩을 추가했다. 하지만 케첩은 이번에 공개된 2015년 기준 소비자물가 대표품목에서 35년 만에 제외됐다. 소비량이 줄어 물가 기준으로 삼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소비자물가 대표품목은 정부가 물가를 산정하기 위해 지정하는 상품 및 서비스다. 정부는 이 품목 가격을 조사해 매달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한다. 품목 변천사를 보면 한국 사회의 소비 트렌드 변화를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5년마다 바뀌는 소비자물가지수 품목, 꽁치·케첩 빼고…휴대폰 수리비 등 18개 새로 포함
◆현미 등 18개 품목 추가

통계청은 소비자물가지수를 5년 만에 개편한다고 1일 발표했다. 5년마다 이뤄지는 정기개편으로 최근의 경제·사회를 반영해 조사 지역과 조사 품목, 가중치 등을 재조정한 것이다. 국가통계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오는 12월30일 대표품목을 확정해 공표할 예정이다.

5년 전과 비교해 소비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은 추가하고 낮은 품목은 제외했다. 새로 출현하거나 지출액이 늘어난 품목 중 지난해 월평균 가구당 소비지출액(231만원)의 1만분의 1(231원) 이상인 18개 품목이 추가됐다. 건강을 중요시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소비가 늘어난 현미, 블루베리, 아몬드 등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고가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됨에 따라 휴대폰을 고쳐 쓰는 사람이 늘어난 것을 반영해 휴대폰 수리비도 처음으로 포함됐다.

대표품목에서 제외된 것은 10개 품목이다. 꽁치, 케첩, 잡지 등은 소비지출액이 231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빠졌다. 스마트폰에 관련 기능이 탑재되면서 이용 빈도가 떨어진 사전도 탈락했다. 예방접종비는 무상 접종이 확대되면서 제외됐다.

이 밖에도 각각 조사하던 상추와 양상추를 합치거나 식빵과 빵을 빵으로 통합하는 등 비슷한 품목을 합쳐 57개 품목을 24개로 정리했다. 이로써 소비자물가 대표품목은 2010년 481개에서 2015년 462개로 19개 감소했다. 우영제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조사 품목 수는 줄었지만 각 품목을 세분화하면서 여러 제품 가격을 함께 볼 수 있게 됐다”며 “물가 대표성과 정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삐삐’는 5년 만에 광속 탈락

소비자물가 대표품목은 당시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모은 것이다. 대표품목은 한국 사회의 사회적·경제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흑백 텔레비전(TV)은 1970년 대표품목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10년 뒤인 1980년에는 컬러TV가 품목에 포함됐다. 컬러TV가 빠른 속도로 보급되면서 1985년 개편 때 흑백TV는 품목에서 삭제됐다. 라디오는 5년 뒤인 1990년에 사라졌다.

1980년대 아파트 거주자 비율이 늘어나면서 1990년 대표품목에 아파트관리비가 포함됐다. 1990년대 들어 골프 인구가 증가하면서 1995년에는 골프연습장 이용료가, 2000년에는 골프장 이용료가 순서대로 등록됐다. 1995년 품목 명단에 포함된 무선호출기(삐삐)는 휴대폰의 등장으로 불과 5년 뒤인 2000년에 탈락했다. 2010년에는 유선전화기마저 명단에서 빠졌다.

식생활 변화도 눈에 띈다. 1970년에 상추, 고추장이 처음 추가됐고 1985년에는 햄, 베이컨이 등장했다. 1995년에는 피자, 탕수육 등 외식 메뉴가 선정됐다. 1인 가구 증가, 장례 문화 변화 등으로 2010년에는 요양시설 이용료와 화장장 이용료가 추가되기도 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