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본부가 비자금 조성"…차명계좌 등 추적
"계열사들 증거 인멸, 수사방해로 처벌할 수도"

1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손영배)는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두 차례의 압수수색을 통해 그룹 정책본부가 계열사 자산 거래 및 인수합병(M&A)에 관여하고 이를 통해 비자금 등을 조성한 혐의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자금관리를 맡았던 정책본부 소속 이모 전무를 나흘째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비자금 조성 여부와 신 회장 부자가 계열사로부터 매년 받은 300억여원의 성격을 캐물었다. 이 전무 외에 정책본부와 각 계열사 자금·영업 담당 임직원도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의혹을 받고 있는 자금의 성격부터 규명한 뒤 구체적인 자금 흐름과 사용처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두 회장의 금전출납부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며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향후 수사 과정에서 외국과의 형사사법 공조가 필요하면 이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다. 비자금 등이 일본 롯데를 통해 오너 일가로 흘러들어갔을 경우 이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일본 수사당국에 협조를 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 롯데그룹은 지분구조상 일본 롯데홀딩스가 지배하고 있으며,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 총괄회장 일가 소유인 광윤사 등 일본 회사들이 지배하는 구조다. 검찰 관계자는 “단순한 돈의 이전을 ‘국부 유출’로 정의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한국 롯데와 일본 모기업 간 거래를 통해 돈이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횡령이나 배임 등 형사 처벌 단서가 발견되면 집중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롯데 계열사들의 ‘조직적인 증거인멸’에 대해서도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두 차례의 압수수색에서 롯데칠성음료는 하드디스크를 빼서 따로 보관하고 자료를 대부분 지우는 등 증거를 없앤 흔적이 드러났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롯데건설은 전문 자료삭제 프로그램(WPM)을 이용해 컴퓨터 안의 자료를 없앤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인멸 정황뿐 아니라 관련자 진술도 확보했다”며 “본말이 전도될 수 있어 증거인멸에 대한 수사를 자제하고 있지만 심각한 인멸 사례는 수사방해 행위로 보고 처벌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한신/강진규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