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요즘, 낮시간 몰려오는 졸음에 밤잠 설치기 십상이다. 춘곤증 때문에 시간을 내 낮잠을 자면 수면 패턴이 깨져 밤에 잠을 자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밤잠을 제대로 못 자 낮에 졸음이 오는 일도 있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 등 수면장애가 있는 사람은 밤시간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낮에 졸음이 오는 증상이 심해진다. 하지만 이들 증상을 스스로 자각하지 못해 계절 탓으로 여기고 치료를 미루는 일이 흔하다. 각종 코골이, 수면무호흡, 불면증 등 수면장애와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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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무호흡증, 성기능 장애 위험 높여

수면무호흡증은 잠을 자다 최소 10초 이상 호흡이 멈추는 것을 말한다. 숨을 쉬려고 해도 기도가 막혀 호흡이 힘들거나 숨을 쉬려는 시도 자체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심한 코골이와 거친 숨소리가 번갈아 나타나다 호흡이 정지된 뒤 조용해졌다가 다시 반복되는 패턴을 보인다. 잠을 자면서 뒤척임, 발차기 등의 움직임을 보이거나 화장실을 자주 다녀오기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자 정서적인 불안감과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대개 목젖과 인두 주위의 근육이 이완돼 기도를 부분적으로 막는 경우, 편도가 비대해진 경우, 코막힘 등이 원인이다. 이 때문에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은 비만이고 목이 짧고 굵은 경우가 많다. 목젖이 늘어져 있거나 편도가 큰 사람이 많다.

주형로 하나이비인후과병원 강남본원 부원장은 “수면무호흡증을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며 방치하기 쉽지만 건강상 문제와 생활의 질 저하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신현우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팀이 2006~2014년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돼 수면다원검사를 받은 남성 환자 713명을 조사했더니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절반 정도는 발기부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발기부전 위험이 더 높았다.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수면부족과 저산소증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고 성적 흥분 기능 등을 담당하는 부교감신경계에 영향을 준다. 우울증에도 영향을 미친다. 신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은 심혈관 질환, 당뇨, 우울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사선, 수면다원검사 통해 진단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증상이 있는 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방사선 검사, 수면다원검사, 수면내시경 검사 등을 통해 질환을 확인한다. 단순한 코골이인지 심각한 수면무호흡증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수면다원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잠을 자는 동안 생리지표를 종합적으로 검사할 수 있어 무호흡 정도, 혈압, 혈액 내 산소포화도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어떤 부위가 좁아져 코를 고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수면내시경 검사’를 한다. 수면유도약물을 이용해 잠을 자도록 한 뒤 내시경으로 내부를 들여다보는 방법이다. 주 부원장은 “살이 찌면 눈에 보이는 곳뿐 아니라 목 안쪽과 혀 등에도 지방이 생긴다”며 “목구멍 안쪽이 비대해져 공기가 통하는 길을 막아 코를 골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체중의 10%만 줄여도 코골이 및 수면무호흡은 상당 부분 호전된다”며 “체중조절은 모든 코골이 치료의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치료를 위해 환자에 따라 양압산소호흡기치료, 수술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잘 때 혀 뒷부분이 뒤로 밀려 기도가 좁아져 코 고는 소리가 나면 수술보다 양압산소흡입기가 효과적이다. 산소마스크 모양의 장비로 잠잘 때 코에 공기를 넣어줘 숨 쉬는 것을 돕는다. 반듯하게 누워 자는 것보다 옆으로 누워 자는 것이 도움된다.

3명 중 1명 경험하는 불면증

불면증은 쉽게 잠이 들지 못하는 질환이다. 일반인 3명 중 1명은 반복적인 불면증을 경험하고 9%는 이로 인해 괴로움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개 이런저런 이유로 잠을 한두 번 못 자면서 시작된다. 잠을 못 자 다음날 업무를 제대로 못하게 되고 머리가 멍하고 몸이 무거워지는 증상을 호소한다.

이렇게 하루 이틀을 보내면 밤이 오는 것이 두려워진다. 밤새 뒤척일까봐 겁이 나는 것이다. 두려움이 반복되면 애초 잠을 못 잔 원인이 해결돼도 쉽게 잠이 들지 못한다. 습관적으로 잠을 못 자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증상이 계속되면 술이나 수면제에 의지하기도 한다. 약을 처음 먹으면 잠이 오지만 점차 내성이 생겨 더 많은 약을 먹게 된다. 약의 계속 복용 여부를 두고 고민해 밤에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전형적인 불면증 환자의 모습이다. 불면증은 우울증, 불안증 등 정신적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불면증상이 3주 넘게 지속되면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스트레스 해소가 불면증 치료약

1개월 미만으로 지속되는 불면증은 대부분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다. 스트레스를 제거하면 증상이 좋아지는 일이 많다. 평소 복용하는 약 때문에 불면증이 생기는 일도 있다. 만약 불면증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면 자신이 먹는 약을 알려야 한다.

불면증의 치료법은 원인에 따라 다르다. 다른 질환 때문에 생긴 불면증이라면 원인 질환을 치료해야 한다. 불면증 진단을 받으면 잠에 관한 잘못된 생각과 태도, 행동을 바꿔주는 비약물치료를 한 뒤 수면제를 활용한 치료를 한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이 수면제를 처방받은 환자 112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기상시간 7시간 전에 수면제를 복용한 환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정 교수는 “수면제는 오남용 및 약물사고 위험이 있어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한 뒤 복용해야 한다”며 “잠자리에 일찍 눕는다고 잠에 일찍 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수면패턴을 파악해 침대에 눕는 시간도 조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불면증은 초기에 잡아야 한다. 불면증이 만성화돼 전문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로 발전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면증상이 있을 때 나빠지지 않도록 하려면 올바른 생활 습관을 지켜야 한다. 낮잠을 피하고 잠자리에 누워 있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수면시간을 8시간으로 정했다면 잠을 잤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침대에 눕기 시작한 순간부터 8시간이 지나면 일어나 침대를 떠나야 한다.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잠자리에 들기 6시간 전에 운동을 마치는 것이 좋다. 잠자리에 들기 2시간 전에 더운물로 목욕하고 주말이나 휴일에도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한다. 수면을 방해하는 담배, 커피, 홍차, 콜라, 술 등을 피하고 밤에 잠을 자다 깨도 시계를 보지 말아야 한다.

잠자리에 누워 10분 이내에 잠이 들지 않으면 일어나 단순작업을 하면서 잠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 TV나 스마트폰을 보는 것보다는 책을 읽는 것이 좋다. 침대는 오로지 잠을 자기 위해서만 사용하고 다른 일을 하거나 생각을 하기 위해 침대에 눕는 것은 삼가야 한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술을 마시는 것은 피해야 한다. 잠들기 전 과식하거나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좋지 않다. 낮에 야외에서 햇빛을 쐬는 것은 도움된다. 밝은 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면 몸에서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돼 낮 동안 완전히 깨어 있게 된다. 이로 인해 밤에 깊은 잠이 들 수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주형로 하나이비인후과병원 강남본원 부원장, 신현우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