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네트웍스, 광통신장비 세계 5위 도약할 것"
광통신 네트워크 장비업체 다산네트웍스의 남민우 회장(사진)은 2010년 미국 판매법인 설립을 지시했다. 미국을 뚫어야 글로벌 사업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시장 규모가 1000억원대인 국내에만 머물러선 더 이상 성장이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미국 시장은 녹록지 않았다. 법인 설립 후 5년간 약 50억원의 손실만 봤다. AT&T 등 미국 내 주요 통신사 공략은 힘들었다. 지역 내 군소 통신사 몇 곳에 간신히 수백, 수천대씩 제품을 공급하는 수준이었다.

미국 기업 인수로 영업력 확보

어려움을 겪던 중 지난해 미국 나스닥 상장사 존테크놀로지란 곳에서 찾아왔다. 자신들이 제품을 팔아줄 테니 회사를 합치자는 제안을 했다. 좋은 제품을 보유한 다산네트웍스가 약한 영업력 탓에 고전하고 있다는 것을 꿰뚫어 본 것이다.

반면 존테크놀로지는 강력한 영업력에 비해 제품 구성이 약했다. 매년 1000억원 넘게 매출을 올리고도 20억~30억원씩 적자를 내고 있었다. 제의에 설득력이 있었다. 두 회사의 기술과 영업력이 합쳐지면 시너지가 커 보였다. 다산네트웍스는 지난 12일 존테크놀로지 지분 58%를 주식교환 방식으로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

남 회장은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존테크놀로지 인수로 미국 시장 교두보가 마련됐다”며 “앞으로 수년 안에 글로벌 5위 통신장비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기업 및 공공 분야 적극 공략”

"다산네트웍스, 광통신장비 세계 5위 도약할 것"
남 회장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시장은 기업 및 공공 분야다. 다산네트웍스는 일본 통신 사업자 소프트뱅크에 무선 기지국의 데이터 트래픽을 유선망으로 연결하는 ‘모바일 백홀(mobile backhaul)’을 납품 중이다. 이 기술을 각 기업과 공공기관에 적용하면 통신설비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게 남 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팔뚝보다 굵은 케이블과 각종 스위치를 광케이블 몇 가닥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 회장은 “모바일 백홀을 기업에서 쓰면 기존의 시스코(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업체) 장비 상당수가 필요 없게 된다”며 “시스코의 뒤통수를 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존테크놀로지가 그동안 12건의 인수합병(M&A)을 하며 특허 등 수많은 지식재산권을 축적했다”며 “미국 시장 진출 시 우려되는 특허소송 위험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남 회장은 “존테크놀로지 구성원들에게 지분의 10%에 해당하는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주기로 했다”며 “상호 윈윈하는 모델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망 장비와 모바일 백홀, 이더넷을 포함한 기업 제품군 등을 합치면 세계 시장 규모가 48조원에 이른다”며 “점유율 2%를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

남 회장은 향후 경영전략도 밝혔다. “특정 제품과 기술만으로 승부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은 우리 같은 벤처기업이 취할 게 아니다”며 “다산네트웍스는 문어발 전략을 쓰겠다”고 말했다. 여러 사업군을 거느리며 ‘되는 사업’은 과감히 투자하고 ‘안 되는 사업’은 철수해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얘기다.

다산네트웍스는 작년 전자파 차폐기 업체 솔루에타를 인수한 것을 비롯해 핸디소프트(소프트웨어), 디엠씨(자동차 부품), 디티에스(플랜트 장비) 등을 M&A하며 빠르게 사업을 확장 중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