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의 정치가 뭐길래] 명맥 이어가는 ‘독수리 5형제’
‘독수리 5형제’.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인 2003년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을 동반 탈당해 열린우리당으로 옮긴 이부영 이우재 김부겸 김영춘 안영근 의원을 일컫는다.

탈당 전 지역주의 타파와 한나라당 개혁을 주장하면서 행동을 같이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여당으로 함께 갔다. 이들은 7월 탈당한 뒤 ‘지역정치 타파 국민통합연대’를 만들었다. 당시 집권당이던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개혁신당을 만드는게 목표였다. 결국 11월 민주당을 탈당한 의원들과 함께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이들의 정치 개혁 의지를 우주의 침략자로부터 지구를 지켜내는 만화 주인공들에 빗대 네티즌들은 ‘독수리 5형제’란 별명을 붙였다.

[홍영식의 정치가 뭐길래] 명맥 이어가는 ‘독수리 5형제’
이후 이들의 행로는 갈렸다. 김영춘 전 의원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지역주의 극복 등 정치개혁을 기치로 창당했던 열린우리당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진다”며 대통합민주신당(열린우리당 후신)을 탈당했고, 이듬해 18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우재 전 의원은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인 2004년 총선에서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고, 한국마사회장을 지낸 뒤 정계를 은퇴했다. 이부영 전 의원은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뒤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을 맡았다가 지난해 정계를 떠났다. 안영근 전 의원은 17대 국회의원을 끝으로 정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독수리 5형제’는 17대 국회 이후 정치권에서 명맥이 사라졌다. 그러다가 이번 4·13 총선에서 두 사람이 정계에 복귀했다. 김부겸 김영춘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타이틀로 각각 대구 수성갑과 부산 진갑에 도전해 승리를 거뒀다.

한국 정치사에서 당을 이리 저리 옮겨다니는 이른바 ‘철새 정치’ 사례는 부지기수다. 자신들은 소신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국민들은 변절로 보는 사례가 적지 않다. ‘독수리 5형제’는 어디에 속할까. 한나라당이란 거대 정당의 울타리를 뛰쳐나가 들판으로 간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다는게 당시 정가의 분위기였다.

최종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는가는 김부겸 김영춘 당선자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출발은 긍정적이다. 이번 총선에서 두 당선자가 적지에 뛰어들어 여러 어려움을 뚫고 당선됐다. 그들이 13년 전 외친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앞장섰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이 ‘독수리 5형제’ 별명에 걸맞게 한국 정치의 고질병들을 수술하는데 얼마나 긍정적 역할을 할지 지켜보는 눈이 적지 않을 것이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