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우 대표가 구강세정기 ‘워터프로스’의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현동 기자
신춘우 대표가 구강세정기 ‘워터프로스’의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현동 기자
신춘우 이지픽 대표는 선박기관사였다. 한 번 배를 타면 1년 이상 바다에 머물렀다. 잇몸 질환이 심했지만 정기 진료를 받기 어려웠다. 주변에서 치실을 써보라고 했다. 처음엔 시원했다. 하지만 곧 통증이 심해졌다. 매번 사용하기도 번거로웠다. 구강세정기를 써봤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구강세정기 제품은 하나같이 일자형 막대 끝에서 물이 분사되는 방식이어서 정확히 조준하기가 어려웠다. 잇몸 이곳저곳에 불필요한 자극을 줬다.

○자극 줄이고 세척력 높이고

어느 날 주유소에 갔다가 자동세차기를 보고 ‘이거다’ 싶었다. 차가 세차기 가운데를 통과하면 양옆에서 세척하는 원리를 지켜보고 구강세정기에 적용해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신 대표는 “구강세정기를 찾는 사람은 늘고 있는데 제품은 30여년간 별다른 혁신이 없었다”며 “2014년 창업해 2년가량 연구개발(R&D)에 매달린 끝에 차별화한 제품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지픽의 워터프로스는 치실이나 치간 칫솔 대신 쓰는 구강세정기다. ‘ㄷ’자 모양의 독특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분사구 사이에 치아를 놓고 제품을 작동하면 양끝에서 물이 나온다. 물이 수평으로 분사돼 잇몸 자극을 최소화한다.

분사구 높이는 미세하게 다르다. 한 번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한 번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치아 사이를 씻어낸다. 신 대표는 “잇몸이 약하고 손떨림 증상이 있는 중장년층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압은 낮췄다. 기존 업체가 수박까지 뚫을 정도의 ‘강한 수압’을 강점으로 내세운 것과 다르다. 신 대표는 “수압이 강한 제품은 처음 몇 번 시원한 느낌을 주지만 잇몸이 내려앉는 부작용이 있다”며 “수압과 세척력은 무관하다는 치과의사 등 전문가들의 조언을 고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편의성은 끌어올렸다. 상하운동을 하는 왕복펌프 대신 두 개의 기어가 맞물리는 펌프를 사용해 소음을 크게 줄였다. 불필요한 꼬임을 막기 위해 호스를 실리콘 재질로 제작했다. 편하게 쥘 수 있도록 손잡이 모양도 개선했다.

신 대표는 “구조가 복잡한 선박을 고친 경험이 제품 개발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전주대 창업지원프로그램으로 7000만원을 지원받은 뒤 스스로 철판을 가공해 모형을 제작했다. 금형 작업을 위해 두 달 이상 안산과 시흥 일대를 돌았다. 모두 ‘이 같은 모양은 제작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경북 구미에 가서야 적당한 업체를 찾는 데 성공했다.

○“물 안 쓰는 신제품 내놓을 것”

이지픽은 지난해 12월부터 G마켓과 11번가, 옥션 등 온라인몰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구강세정기 사용이 일반화한 해외시장도 두드리고 있다. 오는 14일에는 미국 온라인몰 아마존에 입점한다.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바이어와 수출협상을 하고 있다. 중국에는 3000만원 규모의 샘플 수출을 했다.

신 대표는 신제품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물 대신 공기를 쓰는 구강세정기다. 강한 물살로 인한 잇몸 손상을 막고, 물을 뱉지 않아도 돼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쓸 수 있다. 올해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내년에는 애완견용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색다른 제품을 내놓아 구강세정기 원조인 미국의 워터픽 못지않은 회사가 되고 싶다”며 “5년 안에 연매출 200억원을 돌파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달의 으뜸중기 제품’은 이메일(art@hankyung.com)로 신청받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홈페이지(event.hankyung.com)를 참조하세요.

○이달의 으뜸중기 제품 △피엘케이테크놀로지-ADAS CAM 옵티언 (02)6675-0202 △솔미테크-가정용 헬스카메라 리핏캠 (070)7558-9877 △이지픽-구강세정기 워터프로스 (063)236-0988 △체어플러스-덩키의자 (031)435-2244


전주=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