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준공 1년6개월여 만에 중국, 영국, 독일 등의 글로벌 금융회사 첫 유치가 가시화되고 있다. 해양 및 파생금융 인프라가 속속 갖춰지면서 부산이 국제적인 금융중심지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금융업이 부산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국제금융 중심지로 뜨는 부산] '해양금융 최적지' 부산…영국 로이즈·중국 교통은행 유치 '눈앞'
◆글로벌 금융회사 입주 가시화

8일 부산경제진흥원 국제금융도시추진센터에 따르면 중국 교통은행과 영국 로이즈재보험, 독일 재건은행 등이 BIFC 입주를 위해 센터와 막바지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아울러 노르웨이 DNB은행, 독일 HSH노드은행, 중국은행 등도 BIFC 진출을 위해 센터와 협의 중이다. BIFC는 부산이 2009년 정부로부터 서울과 함께 금융중심지로 지정됨에 따라 2014년 문현동에 들어선 63층 규모의 건물이다. 상주인원은 2500여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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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회사들이 부산 진출을 추진하는 것은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뒤 해양금융과 파생금융 부문 인프라가 강화되면서 입지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의 컨설팅회사 지옌(Z/YEN)이 매년 발표하는 향후 유망한 금융도시 순위에서 부산은 지난해 싱가포르, 중국 상하이, 모로코 카사블랑카에 이어 4위에 올랐다. 9위인 서울보다 순위가 높다.

BIFC에는 한국선박금융과 KSF선박금융을 비롯해 산업은행·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가 공동 설립한 해양금융종합센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공동 출자한 한국해양보증보험, 캠코선박운용 등이 입주했다. 해양금융 부문 경쟁력이 뛰어난 독일 재건은행은 BIFC가 지닌 해양금융 인프라가 시장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지난해 10월 해양금융종합센터와 양해각서를 맺었다. 이원만 금융감독원 부산금융중심지 지원센터장은 “재건은행은 곧 부산 진출을 확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내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인 중국 교통은행은 BIFC에 있는 예탁결제원과의 협력을 통해 국내 위안화 거래를 더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BIFC와 함께 문현금융단지에 있는 BNK금융지주 및 부산은행 본사, 기술보증기금, 한국은행 부산본부 등도 글로벌 금융회사의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황삼진 부산국제금융도시추진센터장은 “부산이 서울과 달리 공공금융 위주의 특화금융중심지라는 매력이 부각되면서 중국계 은행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핀테크도 해외 협력

세계적 금융중심지인 영국 런던금융특구의 마운티 반스 시장(로드 메이어)도 오는 7월 처음으로 부산 문현금융단지를 방문한다. 부산시는 반스 시장 방문 때 업무협약을 맺고, 글로벌 금융회사 유치와 관련한 협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금융업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핀테크(금융+기술)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 1월엔 부산시와 독일 프랑크푸르트금융연합(FMF)이 핀테크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포럼도 열었다.

부산의 금융역량이 커지면서 금융업이 부산 GRDP에 기여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부산 GRDP 중 금융업 비중은 2008년 6.3%에서 2014년 7.0%로 증가했다. 전국 평균은 같은 기간 5.6%에서 5.8%로 상승하는 데 그쳤다.

조선 및 해운 경기 불황 등에 따라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는 부산 금융중심지의 성과가 미진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황 센터장은 “런던, 뉴욕 등 오랜 기간에 걸쳐 발전한 글로벌 금융중심지와 달리 부산은 아직 초기 단계”라며 “역량이 더 쌓이면 단시일 내 세계적 수준의 금융중심지로 발돋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김일규 /사진=김범준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