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정재륜 부사장 "반도체 혁신, 시작도 끝도 환경안전…직원건강에 연 1000억 투자"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지켜왔다. 1992년 세계 D램 시장에서 정상에 올랐고, 1993년부터는 메모리 반도체 전체에서 1위를 하고 있다. 23년째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이 같은 성과를 거둔 배경은 무엇일까. 반도체 핵심 생산라인이 있는 경기 기흥·화성사업장의 단지총괄장 겸 메모리사업부 제조센터장인 정재륜 부사장(사진)은 기본에 충실한 공장운영을 첫손가락에 꼽는다. “철저한 안전수칙 준수가 세계 1위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공장의 최상위 슬로건도 ‘환경안전은 제1의 경영원칙’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에서 23년째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14㎚(나노미터·1㎚=10억분의 1m) 경쟁에서는 미국 인텔이나 대만 TSMC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경쟁력의 핵심으로는 철저한 환경안전과 끊임없는 연구개발(R&D)을 들 수 있습니다.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모두 경쟁 업체보다 최소 한두 발짝 더 앞선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소자를 위로 쌓아올린 3차원(D) 낸드플래시나 여러 개의 메모리를 겹쳐 만드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개발 등 혁신적인 시도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항상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가 대표적입니다. 최근 SSD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40%에 달합니다.

“삼성전자의 또 하나의 강점은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한다는 점입니다.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를 예측해 미리 대응 방안을 마련합니다. 2000년대 후반 반도체 시장이 PC 중심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흘러가는 흐름을 잘 포착해 메모리 생산에서 PC용을 대폭 줄이고 모바일용 메모리로 전환했습니다. 스마트폰의 두뇌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에도 경쟁사들보다 빠르게 진입했습니다.”

▷작년부터 반도체 가격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삼성전자도 올해 반도체 부문 실적이 작년보다는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시황 변화에 따른 부침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대체 불가능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최근에 내놓은 256기가바이트(GB) UFS가 좋은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기존 모바일 내장메모리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내는 UFS, 그중에서도 대용량 UFS를 구입하려면 삼성전자 제품 외에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이런 초격차 기술을 기반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입니다. 자동차용 반도체, 사물인터넷(IoT)용 반도체, 바이오 프로세서 등 반도체 신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한다는 전략도 세웠습니다. 반도체 시황이 급격히 호전될 것이라고는 전망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전략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반도체 공장에서 많은 화학물질이 사용돼 위험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반도체산업은 역사가 수십년이 넘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핵심 사업장 중 상당수는 선진국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됐다고 볼 수 있는 산업입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정성이 확보된 반도체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습니다. 최고경영진의 안전확보에 대한 의지도 확고합니다.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는 권오현 대표는 본인을 CHO(chief health officer)라고 지칭하며 ‘안전을 담보로 하지 않은 경영은 필요도 없고, 있을 수도 없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예산을 공장안전과 근로자 건강을 위해 쓰고 있습니까. 최근 달라진 시설이나 제도가 있으면 소개해 주십시오.

“삼성은 근로자 건강을 위한 시설 등에 매년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왔습니다. 2013년 이후 최근 3년 동안은 업계 최고 수준의 환경·건강·안전(EHS) 체제를 갖추는 데 1조5000억원 이상을 투입했습니다. 1년 365일, 24시간 긴급 상황 대응을 위한 종합방재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건강관리센터, 마음건강관리센터, 근골격운동센터, 피트니스센터 등 각종 건강관련 시설도 갖추고 있습니다.”

▷안전 수칙을 잘 지킨 협력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삼성전자는 EHS에 대한 투자 외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들도 고민했습니다. 협력사 인센티브 제도가 대표적입니다. 안전수칙을 잘 지켜 사고를 일으키지 않은 협력사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여러 인센티브 중 안전인센티브는 삼성전자가 협력사에 지급하면, 해당 금액을 전액 협력사 직원들에게 분배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한 뒤 협력사 직원들이 안전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개선됐습니다. 제도를 도입한 뒤 생산현장에서 인명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공장에 상주하는 협력사 직원을 위한 별도의 관련 프로그램도 있습니까.

“반도체는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제조할 수는 없습니다. 관건은 화학물질을 얼마나 안전하게 관리하느냐, 근로자들이 화학물질에 대한 위험성과 관리방법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느냐입니다. 회사는 사업장에 출입하는 근로자에게 현장에서 사용하는 화학제품의 전체 목록과 성분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는 협력사 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대면교육과 온라인 교육을 통해 화학물질의 종류와 특성, 유해 정도, 비상시 대응조치 등도 교육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가동하기 때문에 일반 생산공장에 비해 관리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는 30년 이상 반도체 라인을 운영한 노하우가 있습니다. 근로기준 역시 법적 기준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365일 24시간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명절에 집에 가지 못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근로 강도가 다른 공장에 비해 훨씬 세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야간 근무에 따른 스트레스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회사는 사업장을 ‘캠퍼스’라고 이름붙이고 직원들이 최대한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학 캠퍼스처럼 조경을 꾸미고 다양한 프랜차이즈 식당을 사내에 입점시켰습니다. 동호회 활동 활성화도 그 일환입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는 승마부터 국궁까지 100가지 이상 동호회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상상할 수 있는 동호회는 모두 다 있다고 보면 됩니다.”

■ 정재륜 부사장 프로필

△1959년 출생 △1977년 대구 대륜고 졸업 △1984년 경북대 전자공학과 졸업 △1983년 12월 삼성전자 입사 △2003년 1월 삼성전자 디바이스 솔루션 시스템LSI 커맨드센터장(상무보) △2006년 1월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시스템LSI 영업팀장(상무) △2009년 1월 삼성전자 중국 쑤저우(SESS)법인장(상무) △2010년 1월 삼성전자 경영혁신 대상 수상 △2011년 1월 삼성전자 테스트앤패키지센터장(전무) △2012년 12월 삼성전자 테스트앤패키지센터장(부사장) △2013년 3월 삼성전자 기흥·화성단지총괄장 △2015년 4월 삼성전자 기흥·화성단지총괄장 겸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천안단지총괄장 △2015년 12월 삼성전자 기흥·화성단지총괄장 겸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제조센터장 △2015년 12월 자랑스런 삼성인상 공적상 수상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