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봉(67세), 노경란(67세) 부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있을 일요일이 되면 배움에 대한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등굣길에 나선다. 남편 박씨는 수원제일중 부설 방송통신중학교(이하 ‘방송중’)에, 아내 노씨는 서현고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이하 ‘방송고’)에 재학 중이다.
박씨는 어린 시절 어려운 가정형편을 극복하기 위해 아버지의 일을 돕게 되면서 학업의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 이후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생업에 쫓겨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 노씨 역시 8세에 친아버지를 여의고 힘든 유년시절을 보냈다. 배움에 대한 열망이 컸지만 중학교 졸업 이후 여군에 자원 입대하여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만 했다.
그 후 가정을 이루고 자식들을 낳아 다 장성시켰지만, 배우지 못한 한은 더욱 깊어졌고 깊어진 한 만큼 배움을 향한 갈망 또한 커졌다. 그러던 중 지역신문 소식란에 ‘방송중 신입생 모집’ 기사를 본 딸이 진학을 권유하게 돼 입학하게 됐다.
이들 부부는 입학 당시 배움에 대한 열망과 의지는 남다르지만 늦은 나이에 막상 공부를 시작하려니까제대로 할 수 있을지 막연한 두려움에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한 달에 두 번 학교에 출석해 학교수업을 열심히 듣고 있고요. 평일에는 출퇴근 시간을 가리지 않고 컴퓨터와 휴대폰으로 인터넷수업을 듣고 있어요. 이해하기 어려운 학습내용이 있으면 딸에게 물어보고 딸이 수업진도도 체크해 주고 있어요. 소풍 같은 현장체험 학습과 체육대회 등을 통해 학창시절의 추억도 쌓아가고 있어요. 나이도 들고 몸도 어린 학생들과 차이가 나지만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강하고 무엇보다 하나 하나 배우면서 느끼는 즐거움과 보람이 커 즐겁고 재미있다.”며 학교생활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또한 “시작은 늦었지만 지금처럼 즐기면서 학교생활을 하고 싶다”면서 “우리를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는 가족들에 고맙다”는 감사 인사도 전했다.
한편 방송통신중학교 및 고등학교는 정규 공립 중고등학교로, 전국에 62개교(중학교 20개교, 고등학교 42개교)가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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