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늦게 들어오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경찰의 길이 험난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하지만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아버지를 향해 웃으며 고마워하는 모습을 봤을 때 이 일이 정말 가치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2016년 경찰대 36기 신입생으로 입학한 박형후 군(사진·19·민족사관고 졸)은 경찰의 길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박군의 아버지는 경찰청 수사국의 박성주 범죄분석센터장(총경)으로, 이 대학의 졸업생(5기)이기도 하다.

29일 오전 충남 아산 황산리 경찰대학 대강당에서 열린 경찰대 입학식에서는 박군과 같은 ‘경찰관 가족’이 돋보였다. 박군을 비롯해 하정민 양(19·부산국제고 졸), 김지원 양(18·대전외고 졸)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경찰대 입학 배경에는 공통적으로 가족이 큰 영향을 줬다. 부산지방경찰청 112상황실의 하태영 경위의 딸인 하양은 “어린 시절부터 어려운 이를 돕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경찰의 꿈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김양 역시 “1년 먼저 경찰대에 입학한 오빠의 조언이 경찰대에 입학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양의 오빠는 경찰대 2학년에 재학중인 김철중 씨(20)이며, 아버지는 현재 홍성지원장으로 재직 중인 김용덕 판사다. 김양은 “판결문을 쓰기 위해 밤 새 고민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다른 이를 위해 봉사하는 일을 꿈꾸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가족을 따라 자랑스러운 경찰관이 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박군은 “경찰대에서의 4년 동안 앞으로의 사회발전에 꼭 필요한 분야를 찾아 전문성을 갖춘 경찰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하양 역시 “어디에서도 주눅들지 말고 당당한 경찰이 되라는 아버지의 말처럼 우리 사회의 정의를 지키는 경찰이 되겠다”고 했다.

이날 열린 입학식에는 신입생 100명(남자88명·여자12명)이 참석했다. 전체 수석은 김해외고를 졸업한 임정근 씨(20)가, 여학생 수석은 송채은 양(19·김해외고 졸)이 차지했다. 개교 이래 한 학교에서 남녀 수석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