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문안도 환자 치료의 일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으면서 병문안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가족을 간병하거나 지인을 문병한 사람들의 감염 사례가 잇따랐기 때문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메르스 감염 사태의 원인으로 한국식 문병 문화를 꼽았습니다.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문병시간을 제한하거나 환자 한 명당 보호자 한 명을 두는 등 각종 조치를 취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한병원협회가 27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병문안 문화 개선을 위한 민·관 합동 선포식을 연 것도 이런 문제의식 때문입니다. 이날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박상근 대한병원협회장,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 김자혜 소비자시민모임 회장, 정남식 세브란스병원 의료원장 등이 참석해 병문안 문화 개선 캠페인을 촉구했습니다.

병문안도 환자 치료의 일부
문병객들이 얼마나 병을 옮기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나온 것이 없습니다.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병실에 머무를 때 감염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통해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데요. 지난해 안형식, 김현정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팀이 전국 26개 의료기관 환자 36만2000여명을 조사한 결과 간병인과 보호자가 상주하는 병동의 병원 내 감염 발생률은 1일 1000명당 6.9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간병인과 보호자가 상주하지 않는 병동의 감염 발생률은 2.1명에 그쳤습니다. 병실에 환자가 아닌 사람들이 머무르면 감염 위험이 세 배 이상 높다는 얘깁니다. 간병인과 보호자가 외부에서 병을 가져오거나 환자들의 병을 옮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이는 문병객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병원 관계자들은 문병 시간을 제한해도 지키지 않는 문병객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규정을 어기고 먹을 것을 사 와서 병실에서 나눠 먹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병에 걸린 가족이나 지인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환자들도 문병 오는 친척과 지인들을 통해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건강을 위해 병원의 규정만큼은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문병도 치료의 일부라는 생각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