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들어온 가상현실…거품 뺀 'VR기기' 쏟아진다
공상과학(SF)영화에서나 등장하던 가상현실(VR) 기기의 대중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구글의 ‘카드보드’ 등 가격 거품을 뺀 싼 기기가 나오고 콘텐츠도 다양해졌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카드보드 가격은 1만원 안팎(배송비 포함)이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은 VR 기기용 뉴스 콘텐츠 제작에 나섰다.

○가격 내리고 콘텐츠 늘고

최신 정보기술(IT) 기기에 관심이 많은 회사원 김지민 씨(30)는 그동안 VR 기기를 사고 싶었으나 엄두를 내지 못했다. 가격이 너무 비싼 탓이었다. 그러다 최근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서 구글 카드보드를 1만원도 채 안 되는 가격에 샀다. 김씨는 쇼핑몰에서 카드보드를 비롯해 100종이 넘는 VR 기기가 팔리고 있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11번가에서 판매하는 VR 관련 상품은 작년 16종에서 올해 150종으로 대폭 증가했다. 올 들어 지난 23일까지 11번가의 VR 상품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배 이상 늘었다.

VR 기기 판매량이 급증한 것은 수십만원 수준이던 VR 기기 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구글 카드보드가 VR 대중화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구글은 작년 골판지 소재의 카드보드를 처음 선보였다. 디스플레이를 스마트폰으로 대체하고 골판지를 소재로 써 가격을 확 낮췄다. 올해는 더 쉽게 조립할 수 있고 더 많은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카드보드 2.0을 내놨다. 구글플레이에 등록된 카드보드용 콘텐츠는 500종 이상이다.

중국 업체들도 싼 가격의 VR 기기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폭풍의 ‘폭풍마경’이다. 이 제품은 골판지 대신 플라스틱 소재를 썼다. 국내에도 수입돼 3만~4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교육, 건축, 의료 등 활용 확대

삼성전자는 24일 VR 헤드셋 ‘삼성 기어 VR’을 국내에 출시했다. 신제품 가격은 12만9800원. 작년 말과 올해 초 선보인 ‘삼성 기어VR 이노베이터 에디션’ 제품에 비해 가격을 절반가량 낮췄다. 장착해서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종류도 대폭 늘렸다. 갤럭시노트5, 갤럭시S6, 갤럭시S6엣지, 갤럭시S6엣지플러스 등 네 종과 연동할 수 있다. 콘텐츠 종류는 100여종이다.

일상으로 들어온 가상현실…거품 뺀 'VR기기' 쏟아진다
VR 기기 시장은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영화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교육 건축 의료 등 활용 분야가 다양해지고 있어서다. 영국 아우디는 작년 115개 매장에서 기어 VR로 이용자들이 신차를 가상운전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올해는 영국 국립자연사박물관이 기어 VR용 고대 해양생태계 체험 콘텐츠를 제공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는 세계 VR 기기 시장 규모가 내년 1400만대에서 2020년 3800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28.5%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교육(박물관 투어, 동식물 탐색, 각종 시뮬레이션 직업 교육) 건축(3차원 건축 설계) 의료(의사 수련용, 환자 설명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VR 기기를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 가상현실

VR(virtual reality). 컴퓨팅 그래픽 등 인공 기술로 만든 가상의 세계다. 이용자가 직접 체험하지 않은 콘텐츠나 환경을 헤드셋 기기 등을 통해 가상으로 구현해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시뮬레이션(모의실험)할 때 이용하기도 한다.

전설리/강영연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