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부자들
영화 내부자들
"정의? 대한민국에 그런 달달한 것이 남아있긴 한가?"

믿고보는 배우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에 명품 조연 이경영, 김홍파, 배성우까지… 말 그대로 역대급 초호화 캐스팅이다.

"복수극으로 가자고! 화끈하게"…유력 대통령 후보와 재벌 회장을 돕는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는 이들의 비자금 파일로 거래를 준비하다 발각되고 폐인이 되어 버려진다. 이 뒷거래의 판을 짠 이는 대한민국 여론을 움직이는 유명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다.

"넌 복수를 원하고, 난 정의를 원해"…복수를 계획하던 안상구 앞에 빽도 없고 족보도 없는 검사 우장훈(조승우)이 나타나 둘이 손을 잡고 정치인·기업인·언론인을 상대로 치열한 대결을 펼친다.

이병헌은 깡패 역할을 위해 머리를 기르는 것 뿐만 아니라 생애 처음으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했다. 특히 조폭스러운 캐릭터지만 많은 애드리브를 통한 유머러스한 상황도 만들어내 망가짐도 불사하는 역을 택했다. 조승우 역시 코믹한 장면들을 더욱 생동감 넘치게 표현해냈으며, 족보없는 사투리와 함께 정의를 내세우는 미친 연기력을 선보였다.

화려한 연기의 배경에는 시나리오가 뒷받침됐다. 웹툰 '내부자들'이 대한민국의 부정부패를 생성하는 시스템에 집중했다면 영화 '내부자들'은 개개인의 대결에 집중했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내부자들의 모습이 굉장히 섬뜩해 보였고, 그들의 욕망이 거침없이 표현될 때 무섭기도 하고 추악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을 살려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은 이렇게 시작됐다.
영화 내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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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의 정의는 없었다.

말은 권력이고 힘이다. "저 같은 글쟁이가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라며 영화 초반 청렴결백할 것만 같던 보수 언론 논설위원 이강희는 글 하나로 사람을 죽게 만들기도 하는 소름끼치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뒤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대중들은 개·돼지 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언론인의 파렴치한 모습은 관객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정재계에서도 정의는 없었다.

"저들은 괴물이야. 물리고 뜯기고 싸울수록 더 거대한 괴물이 된다고"…권력가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은 '실제 우리 사회도 이럴까'라는 무서운 상상을 하게끔 했다. 한 국회의원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그 아래 자리를 하나씩 차지하기 위해 그의 똥을 치우는 개를 자처한다. 기사에서나 보던 '별장 성접대 파티'도 적나라하게 그려졌다. 영화를 보면서도 믿고 싶지 않을 정도의 추잡한 행태였다.

검찰계에도 정의는 없었다… 아니, 우장훈 하나 있었다고 봐야할까.

검사 우장훈이 말한다. "대한민국, 참 위대한 나라야(코웃음)" 이 한 마디에서 참 많은 것이 느껴짐과 동시에 씁쓸함을 자아낸다. "까라면 까고 덮으라면 덮는게 대한민국 검사야!" 검찰 조직에서는 이른바 '권력 줄타기'가 펼쳐진다. 검사도 학벌과 지연이 없으면 안되는 세상이었다. 정치인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며 검은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는 검찰의 모습이 관객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영화 내부자들
영화 내부자들
영화 초반 30분 가량은 쉴 새 없이 달린다. 안상구가 복수를 계획하기까지의 시간이 매우 짧게 느껴질 정도다. 남은 100분 동안은 권력의 주체들과 안상구·우장훈의 위태위태하면서도 팽팽한 대결이 벌어져 숨막히는 흡입력을 선사한다.

다소 무겁게 보여질 수도 있는 긴장감이 조성된 상황에서의 코믹한 장면들은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된다. "X같다"는 욕설이 많이 나와 눈살이 찌푸려질 법도 하지만 이것을 재미 요소로 풀어내 관객들의 웃음을 터뜨린다. 이병헌·조승우의 모텔 화장실 신, 이병헌의 '모히또' 애드리브 등은 배우들의 센스있는 연기와 순발력이 결합돼 폭소를 유발하는 장면이었다.

'내부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언론과 정·재계, 그리고 '헬조선'이라 불리는 우리나라 사회를 신랄하게 깐다. 원작 웹툰과 시나리오, 명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이 영화. 우리나라 사람들이 원하고 머리 속에 그려온 통쾌한 그림이 아닐까.


추신. 다들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 잔 하는 느낌으로 영화 '내부자들' 보러 가시는 건 어떨까요?(웃음)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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