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극 '화려한 유혹', 속고 속이는 두뇌싸움·빠른 전개로 시청자 '유혹'
지난 5일 방영을 시작한 MBC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연출 김상협·김희원)이 빠른 전개와 다채로운 등장인물, 긴장감을 주는 탄탄한 줄거리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7일 방영한 8회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생중계로 평소보다 늦게 방송됐지만 시청률 10.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를 지켜냈다.

드라마는 우연한 계기로 정치권력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한 평범한 여자가 자신이 얽힌 사건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다룬다. 주인공 신은수(최강희)는 갑작스럽게 죽은 남편의 공금횡령에 가담했다는 누명을 쓰게 된다. 국회의원 보좌관인 진형우(주상욱)가 거물 정치인 강석현(정진영)에게 복수하려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다.

서로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사랑과 권력 투쟁에 휘말려 속고 속이는 두뇌싸움을 펼치는 점이 극에 긴장감을 더한다. 신은수는 진형우의 첫사랑이었고, 강석현의 딸 강일주(차예련)는 자신의 아버지를 해치려는 진형우를 사랑한다. 진형우도 복수를 위해 이용하려던 강일주와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호감을 느낀다. 이런 인물들이 서로 모호한 관계를 외줄타기 하듯 이어간다.

50부작이지만 전개가 빠르다. 초반 3회 동안 신은수와 강일주, 진형우의 과거와 세 사람의 부모 대부터 얽힌 집안의 악연을 빠르게 풀어냈다. 서로 사랑했지만 집안의 반대로 헤어진 진형우와 강일주의 관계도 드러났다. 어른이 된 강일주와 진형우가 각각 국회의원과 보좌관으로 정치 현장에서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긴박감 있게 펼쳐졌다. 드라마는 다양한 등장인물을 통해 극을 입체적으로 펼쳐낸다. 강일주는 진형우를 사랑하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자신이 위태로워지자 형우에게 혐의를 씌워 감옥에 보낸다. 그 후 괴로워하는 강일주의 모습은 누군가를 좋아하면서도 권력욕에 사로잡혀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인물의 속성을 잘 드러냈다.

정략결혼으로 강일주의 남편이 된 권무혁(김호진)의 모습도 흥미롭다. 평소에는 자상하고 사람 좋은 모습이지만 아내에게 집착하는 복잡한 속내를 감춘 인물이다. 상류사회에 어렵게 발을 들인 자신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 악행도 서슴지 않는 석현의 큰 며느리 이세영(박정아), 철부지 재벌 딸인 강일란(장영남)도 드라마를 풍성하게 만든다.

암호라는 독특한 소재를 이용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강석현이 자신의 첫사랑과 연애편지를 쓸 때 사용한 암호는 극의 인물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상황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된다. 부모 세대의 인연이 자식 세대에서 애증과 갈등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보여주는 소재이기도 하다.

제작진은 “선이 굵은 정치판을 배경으로 권력과 암투, 사랑과 배신의 이야기를 정교하게 풀어가려 한다”며 “과거에 이루지 못했던 형우와 은수의 사랑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도 관전 포인트”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