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4개 핵심기술 이전 어렵다" 못박은 미국…부담 커지는 KF-X사업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15일 미 국방부 청사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만나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4대 핵심기술 이전 문제와 관련, “조건부로도 기술 이전은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KF-X사업이 기로에 섰다. KF-X사업은 노후화된 F4, F5 전투기를 대체하기 위해 2025년 12월부터 2032년까지 공군에 120대의 전투기를 인도하는 사업이다.

○사업비 증가, 대당 7500만달러 예상

한국 정부는 F-35 전투기 40대를 약 7조3000억원에 구매하면서 절충교역을 통해 미국에 기술이전을 무상 요구했다. 그러나 미 정부는 지난 4월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와 적외선탐색추적장비(IRST), 전자광학표적추적장비(EO TGP), RF 재머(전자파 방해장비)를 전투기와 연결시키는 4개 체계통합기술의 수출 승인을 거부했다. 한 장관은 카터 장관에게 ‘해당 기술이 제3국으로 이전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하며 재차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미 정부의 기술 이전 불허는 예견된 일이다. 미국은 국익 차원에서 최우방 국가로 꼽는 영국과 이스라엘에도 기술 이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F-35 42대를 자국에서 조립생산하고 일본산 부품을 채택하는 조건으로 23조원을 주기로 했다”며 “일본도 4대 핵심기술을 미국으로부터 이전받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비 증가도 불가피해졌다. 유럽 등 제3국 업체로부터 해당 분야 기술을 사들이거나 국내에서 연구개발비를 더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애초 8조6691억원으로 책정한 KF-X 체계개발 비용도 늘어날 전망이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방위산업팀장은 “개발비가 추가되면서 한국형 전투기 대당 단가는 종전 7000만달러에서 7500만달러 이상으로 상승할 것”이라며 “향후 수출시장에서 KF-X와 경쟁관계가 될 수 있는 F-35는 9개국 공동개발에 따른 수출물량 확보와 단가 절감으로 9500만달러에 계약되고 있지만 4년 뒤에는 8500만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AESA 레이더 개발이 최대 고비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한국형 전투기에 들어갈 4개 주요 센서 중에서 △공대공 위협표적의 적외선 신호를 탐지하고 추적하는 IRST △전자광학·적외선 센서를 통해 표적을 찾는 EO TGP △적의 전파수신장치에 방해전파를 송신하는 RF 재머는 국내에서 개발하기로 했다. 기술적 난이도가 가장 높은 AESA 레이더의 소프트웨어는 제3국 제품 구매를 통해 2021년까지 확보할 방침이다. 그러나 미국조차 40년 이상의 연구개발로 얻은 AESA 레이더 기술을 6년 만에 획득하겠다는 목표는 과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엔진부터 해외 제품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레이더까지 국산화해야 할 당위성도 없다. 공군의 전력 공백을 막기 위해 기한 내 한국형 전투기를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그리펜 전투기를 2000대가량 생산한 스웨덴의 사브는 영국 셀렉스가 생산한 AESA 레이더를 사용한다”며 “초기 양산분까지는 노스롭그루먼이나 레이시온, 엘타 등 외국산 AESA 레이더를 활용하고, 국내에서 개발한 AESA 레이더의 품질과 신뢰도를 검증한 뒤 장착해도 늦지 않는다”고 했다.

AESA 레이더는 레이더 빔을 각각 송수신할 수 있는 소자가 안테나에 750개~1000개가량 배열돼 있어 컴퓨터 연산을 통해 원하는 방향으로 순식간에 빔을 쏠 수 있다. 김정환 LIG넥스원 감시정찰연구소 연구위원은 “AESA 레이더는 기계식 빔조향 레이더에 비해 탐지거리는 2.5배, 해상도는 3배 높다”고 설명했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