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큰 나라란 생각뿐…바로 알아야 시장 열죠"
“인도 사람들은 ‘노 프라블럼(No problem)’이란 말을 많이 씁니다. 그런데 이 말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문제 없으니 걱정 말라’는 의미보다 ‘문제가 아직까진 생기지 않았으니 내가 책임질 일이 없다’는 의미가 더 강하죠. 많은 한국 기업인이 인도에서 일하며 이런 부분에서 상당히 당황합니다.”

송재성 한국인도협회 대표(67·사진)는 최근 서울 연희동에 있는 협회 사무실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인도에서 일할 땐 회계와 법률자문 등 개별 업무 단계마다 관련 문서를 꼼꼼히 챙겨야 한다”며 “사업과 지역학 연구 등 다양한 형태로 민간 교류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인도 현지에서 실패를 덜 겪도록 돕는 게 한국인도협회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송 대표는 35년간 보건복지 분야에서 일한 공직자 출신이다. 1975년 행정고시 합격 후 줄곧 보건복지부에 몸담아왔으며 2004년 복지부 차관, 200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장을 역임했다. 2010년부터 3년간 영동대 총장을 지내다 2013년 한국인도협회 초대 대표가 됐다. 경력만으로는 인도와 관계가 없어 보인다는 질문에 그는 “그런 말 많이 듣는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영동대 총장 시절 해외 유학생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인도와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인도는 아직까지 대학 진학률이 7%밖에 안 되거든요. 인도의 우수 인재를 유치하려고 인도 각 지역을 돌다보니 자연스럽게 인도에 아는 사람도 많아졌고, 관심도 커졌죠. 전 아직 인도에 대해 100분의 1도 모릅니다.”

송 대표가 협회 활동에서 역점을 두는 건 인도를 알리는 것이다. 그는 “인도에 대해 ‘크고 잠재력 있는 시장’이란 막연한 기대만 갖고 있지 실질적으로 인도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며 “정부도 기업도 인도에 대해 너무 모르고 편견도 심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에 살고 있는 인도인이 약 1만3000명입니다.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이나 국내 대학 연구원으로 온 중상위층 지식인들이죠. ‘인디아 인 코리아(IIK)’라는 자체 모임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국내에선 인도라 하면 아직도 저개발국처럼 생각해요.”

한국인도협회에선 매년 IIK와 교류하며 국내 거주 인도인들이 크리슈나 축제와 가네시 축제 등 인도 각지의 힌두교 명절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난해부턴 인도의 정치와 문화, 경제 등 각계 연구자를 초빙해 ‘인도 바로 알기’ 정기 세미나도 열고 있다. 11일부터 6박7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 중인 우디트 라지 인도국민당(BJP) 의원도 송 대표가 초청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측근이자 인도 여당 BJP의 중진인 라지 의원은 달리트(불가촉천민) 출신으로 델리 지역구 국회의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송 대표는 “인도는 주(州)정부의 힘이 막강해 각 주정부와 주의회 의원들과 네트워크를 잘 다지고, 현지 문화와 특성을 존중해야 한다”며 “라지 의원의 초청도 민간과 정부 교류의 동시 강화 차원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인도에선 의료와 수질 관리, 복지와 같은 헬스케어 산업이 각광받고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인도에 한국의 존재감을 계속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