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술(병뚜껑) 딸 일이 워낙 많아 이렇게 걸고 다녀요.”(웃음)
그가 장소를 불문하고 매일같이 맥주를 마시는 건 ‘꾼’이어서가 아니다.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이 주 업무인 그에게 맥주를 맛보는 것은 일의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과 같다. 그렇게 1주일에 30여 가지씩 맥주 맛을 본 게 벌써 7년째. 종류만 족히 1000가지가 넘는다. ‘현장에서 소비자에게 배운다’는 마음으로 음식점·클럽 등을 돌며 맥주 맛을 보고 소비자의 반응을 살피는 일도 거르지 않는다. 맥주 관련 서적을 달고 사는 것도 예삿일이 된 지 오래다. 이런 학습을 통해 그는 오비맥주에서 큰 성과를 냈다. 오비골든라거·카스EX 등 새롭게 개발한 브랜드만 15개, 제품 패키지 개발은 100여 건이 넘는다.
“제품 콘셉트를 잡고 맛·디자인·포장지·병과 캔의 모양, 마케팅 수단 등 모든 것을 체크하는 게 제 역할입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하나의 완벽한 화음을 만들어 내기 위해 모든 파트를 이끌죠.”
최근 7월 말에는 색다른 신제품을 선보였다. ‘카스 비츠’다. 모양부터 파격적이다. 한국 맥주의 ‘갈색 병’ 개념을 깨고 모양도 무시했다. 새로운 시도다. 출시 한 달 만에 기존 ‘카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600명에서 7만 명으로 100배 이상 증가하는 등 젊은 소비층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카스 비츠가 지향하는 핵심 고객층은 도전과 체험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들 즉 ‘트렌드 리더’입니다. 이들이 열광하는 EDM(Electronic Dance Music) 등 비트 중심 음악의 리듬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굴곡진 곡선형 라인으로 만들었어요. 오비맥주의 본사인 AB인베브의 글로벌 디자인 플랫폼을 활용해 선보인 첫 제품이죠. 컬러는 ‘창의력’을 상징하는 코발트블루를 사용했고요.”
가장 중요한 ‘맛’은 어떨까. 저도주가 인기를 끄는 요즘 카스 비츠는 반대로 고도주를 담았다. 평균 5도 미만의 맥주에 비해 알코올 함량이 높은 5.8%다. 알코올 도수에 비해 강하고 쓴맛보다 부드럽고 깔끔한 목 넘김이 일품이다.
“소비자들에게 시각·촉각·미각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자는 게 취지입니다. 역발상으로 만들어 낸 카스 비츠로 맥주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 나갈 겁니다.”
남 이사는 카스 비츠의 마케팅 역시 새롭게 가닥을 잡았다. 카스 비츠의 핵심 고객층인 젊은 소비자들이 사교적인 모임을 선호하며 특히 EDM 페스티벌과 콘서트에 열광한다는 점에 착안, 남 이사는 문화 플랫폼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에는 ‘덤’ 마케팅을 많이 했는데 이번 카스 비츠는 고객층을 고려해 문화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어요. 오비맥주가 주최한 콘서트는 물론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행사를 진행하고 있죠. 이번 여름에만 170여 개 공연이 있어요. 이런 문화 마케팅을 통해 단순히 제품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소비자)의 마음을 살 겁니다.”
남 이사는 삼성전자·필립스전자 등의 브랜드 마케팅을 거쳐 2007년 오비맥주에 합류했다. 오비맥주 80년 역사 중 최초 여성 임원이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ung.com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 BUSINESS 1033호 제공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