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구 네패스 회장(오른쪽)이 장쑤네패스반도체유한회사 공장 준공식에서 차오스춘 화이안공업단지 최고책임자와 사업의 성공과 복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공 모형에 손을 얹고 있다. 네패스 제공
이병구 네패스 회장(오른쪽)이 장쑤네패스반도체유한회사 공장 준공식에서 차오스춘 화이안공업단지 최고책임자와 사업의 성공과 복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공 모형에 손을 얹고 있다. 네패스 제공
비메모리 반도체 후공정 사업을 하는 네패스가 싱가포르법인을 청산키로 한 것은 2013년이다. 주 고객사였던 싱가포르 차터드(현 글로벌파운드리)가 주문량을 줄인 게 결정적이었다. 차터드와 경쟁하는 대만 기업들이 반도체 위탁가공(파운드리)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자 싱가포르에서 할 게 많지 않았다. 이병구 네패스 회장은 결단을 내렸다. “아직 반도체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은 중국으로 가자.”

○“중국 파트너와 이해관계 일치”

10일 중국 장쑤성 화이안공업단지 내 정식으로 문을 연 ‘장쑤네패스반도체유한회사’는 네패스와 화이안시가 각각 49 대 51의 비율로 투자한 합작사다.

화이안시 측 지분이 더 많다. 네패스 기술로 공장을 지었지만 이 회장은 주도권을 쥐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 현지 기업처럼 비쳐지길 바랐다. 그래야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시장접근이 수월할 것으로 판단해서다.

중국 지자체 손잡은 네패스, 중국 반도체시장 공략
‘시장을 얻지 못하면 중국에 공장을 짓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었다. 싱가포르에서의 경험이 반면교사였다.

화이안시는 ‘통 큰 지원’으로 화답했다. 네패스가 싱가포르에서 쓰던 장비를 들여올 수 있게 한 것. 이 회장은 “첨단 장비라도 사용한 적이 있으면 반입이 엄격한 중국에서 이 같은 사례는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네패스는 한국에서도 장비를 대거 중국으로 옮겨와 ‘생산 효율화 작업’을 했다. 이 장비들을 현물로 내놓고 지분을 받았으니 네패스도 남는 장사였다.

공장 설립 또한 순조롭게 진행됐다. 각종 인허가 작업을 위해 화이안시 공무원이 파견돼 일을 도왔다. 공사에 들어간 지 1년 만에 3만3000㎡(약 1만평) 부지에 6600㎡(2000평) 규모의 클린룸이 세워졌다.

중국 정부의 연구개발(R&D) 자금과 보조금 지원 등도 뒤따를 예정이다. 중국 현지 기업이 받는 여러 혜택을 네패스도 누리게 된 것이다. 3년 뒤에는 중국 증시에 기업공개(IPO)까지 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중국 정부 자금이 들어간 이상 화이안시도 성과를 내고 싶어 한다”며 “중국과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게 이 사업의 키포인트”라고 설명했다.

○“月 1300만달러 매출 목표”

네패스는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스마트폰, TV 등에 들어가는 비메모리 반도체 칩의 ‘범핑’과 ‘패키징’을 할 예정이다. 한국 본사는 삼성전자나 소니 등 기존 고객사를 맡고, 중국 합작법인은 현지 비메모리 설계 업체를 고객으로 끌어들일 계획이다.

범핑은 반도체 웨이퍼를 인쇄회로기판(PCB)에 바로 붙여 전기 신호를 주고받게 처리하는 공정이다. 패키징은 반도체 칩에 전기 신호를 연결하고 외부 충격을 견디도록 성형하는 작업을 말한다.

이 회장은 “8인치 반도체 웨이퍼 패키징은 중국 기업도 일부 하지만 12인치는 할 수 있는 곳이 없어 대만 기업들에 물량이 다 넘어간다”며 “중국 내에서 이 수요를 흡수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중국 공장의 설비를 전부 돌리면 월 10만장의 웨이퍼를 처리하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정도 물량이면 월 1200만~13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이 회장은 “사업이 순항하면 지금보다 3배가량 생산 규모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이안=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