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남성 J씨는 얼마 전 검찰청 수사관을 사칭하는 남성으로부터 “검찰 수사과정에서 범인들이 J씨의 계좌를 대상으로 범죄를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으니 관련 보안조치에 적극 협조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J씨는 남성이 지시한 대로 검찰청 홈페이지에 접속, 금융거래정보를 입력했다. 그러나 이 홈페이지는 검찰청 홈페이지를 모방한 피싱(가짜) 사이트였다. 사기범 일당은 J씨 명의로 공인인증서를 재발급받아 카드론 대출과 예금 인출 등으로 3000만원을 가로챈 뒤 잠적했다.

‘피싱결합형’(피싱 사이트와 보이스피싱을 결합한 사기 유형) 등 진화한 보이스피싱 방식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청이 3월9일~6월25일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 3463건을 분석한 결과 피싱결합형이 21.9%를 차지했다. 이 유형의 범죄는 5월 160건, 지난달 207건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어 더 주의를 요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범인이 불러주는 계좌로 돈을 송금하라는 방식의 전통적인 계좌이체형(75.3%) 범죄는 ‘상황극 연출형’ 사기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고객을 부르는 소리처럼 은행 지점을 연상하게 하는 소리를 연출한 뒤 은행직원을 사칭하거나 타이핑 소리 등 경찰서 사무실을 연상하게 하는 상황을 설정하고 수사관을 사칭하는 등 상황극을 연출해 피해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다.

보이스피싱에 가장 많이 피해를 본 연령층은 예상과 달리 고령층이 아니라 20대 청년으로 전체의 32.9%를 차지했다. 30대(24.2%)까지 포함하면 20~30대가 전체 피해자의 과반(57.1%)을 차지했다.

다양한 방식의 보이스피싱 사기가 범람하면서 경찰도 대응에 나섰다. 경찰청과 금융감독원은 보이스피싱으로부터 시민을 지키기 위한 ‘보이스피싱 지킴이’ 사이트를 개설하고, 신속하게 ‘원스톱 피해신고’가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또 사기범의 목소리(‘그놈목소리’ 코너)를 들려주는 등 간접체험하게 하고, 국민이 사기범의 전화를 녹음해 신고할 수 있는 특별 코너도 마련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